[현대미의 현장] (1) '포스코 센터'..첨단 건축공학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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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시대를 이끄는 이념과 양식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왔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조형미는 더 다양해졌다. 전통적 의미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당당히 아름다움의 대열에 합류한다. 현대의 조형미는 예술과 산업이 만나는 곳에서 살아 숨쉰다. 첨단 건축물에서부터 거리의 조형물, 개인주택이나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있다. 산업사회의 심장인 공장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현대적 아름다움이 살아 숨쉬는 각종 조형물과 건축물 산업시설물 등을 발굴 소개하는 "현대미의 현장" 시리즈를 매주 월요일에 싣는다. ----------------------------------------------------------------------- 포스코센터의 몸체에는 콘크리트가 없다. 너저분한 장식도 보이지 않는다. 하이테크 건축소재인 철과 유리만 사용됐다. 구조역학에 따라 정연하게 자리잡은 철과 유리가 자아내는 극적 구성미가 압권이다. 이 건물엔 동원가능한 모든 건축기술이 집약돼 있다. 유리로 둘러진 포스코센터 건물 외관은 수시로 변하는 주변풍경을 그대로 담아낸다. 일종의 인공지능 캔버스다. 설계 단계부터 주위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조망권을 배려한 결과다. 넓은 앞마당에는 건축적 이미지에 어울리는 조각들이 저마다의 의미와 느낌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철을 주제로 한 "메신저" "무제"등 8개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포스코센타는 30층과 20층짜리 쌍동이 건물로 이뤄졌다. 아뜨리움(공공서비스 공간)을 사이에 두고 팔짱을 낀듯 다정히 서 있다. 아뜨리움은 포스코센타의 매력포인트다. 1~5개층으로 이뤄진,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내외부를 하나로 통합한다. 첨단의 건축공학과 건축디자인이 빚어낸 따뜻함이고 포근함이다. 아뜨리움 중심부의 누드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하 1층 바닥에 설치된 분수 사이로 오르내리는 이 엘리베이터는 피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잠시나마 신선함을 준다. 아뜨리움은 유리를 네개의 핀으로 부착시키는 신기술(필킹톤 필라 시스템.Pilkington Pilar System)이 사용됐다. 다양한 크기의 철제기둥에 손가락만한 철선과 핀만으로 5개층의 벽면에 유리가 부착됐다. 내부에서 보면 점과 선만으로 이뤄진 거대한 조형예술품이다. 이들 점.선이 밖에서는 매끈한 건물 피부로 바뀐다. 이곳엔 시민광장, 레스토랑, 갤러리 등 각종 문화편의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1층 홀로 들어서면 2층으로 연결된 공중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천정에 계단을 달아맨 형식이다. 대지의 중력을 벗고 사뿐히 공중을 오르는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인간중심의 디자인과 건축기술이 만나면 사소한 계단 하나도 이렇게 살아난다.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인텔리전트 빌딩은 차갑다.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인텔리전트 빌딩의 이같은 특징을 변화시키기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이들은 공간배치.실내장식.조형물들을 통해 건물에 온기를 주려한다. 포스코센터 아뜨리움 1층홀에 설치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TV나무"와 "TV깔데기"는 그 고민의 흔적이다. 천정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면서 미래정보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포스코센터는 자동화시스템으로 싸여있다. 이 첨단기능은 업무 효율과 생산성.편의성을 극대화시킨다. 건축이 단순 조형예술품과 결정적으로 다른점이다. 포스코센터는 첨단 빌딩자동관리시스템으로 건물내 모든 자재들의 수명도 미리 예측해낸다. 냉난방.전력사용.조명 등도 스스로 조절된다. 모든 사무공간엔 컴퓨터와 고속통신시스템이 갖춰졌다. 자동온도조절을 위해 아뜨리에 지붕은 스스로 개폐된다. 생명력이 부여된 하나의 도시다. 한밤중의 포스코센터는 도시의 등불이자 빛의 축제다. 그 빛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데 그치지 않는다. 건물과 도시와의 화해에 더 비중을 뒀다. 아뜨리움 이용자에게 열린 공간답게 가장 밝은 빛을 뿜어낸다. 포항제철의 용광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내부는 나무.돌.잔디 등 천연소재가 그대로 사용됐다. 금속과 유리의 차가움을 분해하고 평온함과 따듯함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서측 출입구 부문에는 대나무 가든을 만들었다. 1층입구에서 2층 가든까지는 한국전통건축공간의 흐름을 도입했다. S자 형태의 공간배치가 이용자들에게 편안함을 더해준다. 포스코센터엔 90년대 하이테크빌딩의 이정표로만 머물지않겠다는 의지가 배어있다. 이미 설계단계에서부터 미래환경을 수용하려는 준비를 했다. 건물 외장유리는 향후 온도변화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첨단 유리가 나오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게 해놨다. 능동적 미래적응 능력이 없는 건물조형물은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포스코센터는 인간능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비젼을 구현해 낸 건물로 우뚝 서 있다. [ 건축명세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대치4동 892 건축면적 : 연면적 180,973평방m(54,765평) 건축규모 : 지하6층 지상20층.30층 2개동 높이 135.6m 공사기간 : 1992년1월~1995년8월 설계사 : 간삼건축+포스에이시(공동대표 : 원정수) 시공 : 동아건설 미술장식 : 공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