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머저' 그 이후...] (2) '시티그룹' .. 합병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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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미국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의 합병 선언은 세계금융업계의 판도를 뒤바꾸는 "일대사건"이었다. "시티그룹"이라는 새 간판의 공룡은 자산이나 시가총액면에서 단연 세계 1위금융기관 자리에 올라섰다. 97년말 기준으로 총자산은 6천9백70억달러, 주식싯가총액은 1천3백60억달러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최종승인을 받아 공식합병한 것은 98년10월8일. 이들의 합병은 특히 초대형 유니버설 뱅킹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매금융과 증권.보험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합병은 세계적 금융그룹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기에 충분했다. 시티그룹은 그러나 합병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루고 있다. 소매금융과 증권.보험이라는 이질적인 분야간 결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내홍에 시달리고있다.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주가도 합병발표 이후 줄곧 하락했다. 당시 73달러였던 시티코프의 주가는 공식합병된 98년10월8일 주당 32달러까지 떨어졌다. 트래블러스 주가도 이 기간동안 44달러에서 25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실적악화가 주가폭락의 배경이었지만 합병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한 몫했다. 합병후유증은 최고경영진간 알력으로 나타났다. 보수성향의 시티코프와 공격형의 트래블러스그룹간의 기업문화 차이 때문이었다. 공식합병 한달여만에 제임스 다이먼 사장(트래블러스 출신)이 파워게임에 밀려 해고됐다. 트래블러스 출신의 스티븐 블랙 수석이사도 자리를 떠났다. 최근들어서는 시티코프출신의 임원들이 대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시티그룹 소매금융부문 수석이사인 윌리암 캠프벨을 비롯, 시티은행의 로버트 맥코막, 데니스 마틴 이사 등이 짐을 꾸리고있다. 금융기관의 "화학적 융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적도 좋지 못했다. 합병을 공식선언한 98년 2.4분기에 22억4천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3.4분기에는 순이익이 7억2천만달러로 뚝 떨어졌고 4.4분기에는 6억7천만달러로 더 낮아졌다. 98년 연간 순이익은 58억달러에 그쳐 97년의 67억달러에 비해 13.4%나 감소했다.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채권거래에서 엄청난 손실을 낸데다 헤지펀드에 대한 융자를 회수하지 못하는등 갖가지 악재가 겹쳤다. 시티그룹은 그러나 합병의 결실을 얻기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시티는 현재 1억명(1백여개국)에 이르는 고객을 2010년까지는 10억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인구의 7명중 1명을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융기관들을 사들이고있다. 지난 4월에는 멜론뱅크의 신용카드부분과 대부조합인 퍼스트 캐피털을 인수했다. 칠레의 소매금융기관인 피난시에로 아틀라스도 사들였다. 구조조정도 한창이다. 지난해말 시티은행의 기업금융부문을 살로만 스미스 바니증권으로 통폐합시키는 구조조정으로 전체직원의 6%인 1만4백명을 줄였다. 인건비 절감효과는 향후 2년간 무려 16억5천만달러. 이같은 노력으로 올들어서는 조금씩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4분기에는 23억6천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작년보다 9%가량 늘어난 수치다. 인건비 감소와 해외시장의 회복에 힘입은 결과다. 주가도 현재는 합병발표 당시의 73달러를 회복했다. 월가에서는 시티그룹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어난 80억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