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머저' 그 이후...] (3) '보잉' .. '덩치만 공룡'

미국 제2위 항공기제작 업체였던 맥도널 더글러스(MD)가 날개를 접은 것은 97년 7월이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다 보잉의 품에 안겼다. 세계 항공기 제작업계의 판도를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보잉의 MD합병 규모는 1백63억달러. 보잉은 이로써 매출 약 4백80억달러로 제2위 항공사인 유럽 에어버스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최강자 위치를 굳혔다. 방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MD를 흡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당초 보잉이 MD를 통합하면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아직은 기대치이하라는게 세계 항공기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4개국 공동 운영체제였던 에어버스의 단일 법인화를 유도, 보잉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보잉의 재무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잉은 지난 95년 매출 3백29억6천만달러에 순익 14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액대비 순익이 4.5%에 달한 셈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대비 순익비율은 지난해 2.2%(매출 5백61억5천4백만달러,순익 12억1천6백만달러)로 떨어졌다. 그 만큼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상승곡선을 타던 보잉 주가는 합병을 계기로 하강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97년 7월 60달러에 달했던 보잉 주가는 현재 40달러선으로 밀렸다. 뉴욕 증시에서는 "보잉이 MD인수로 시련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보잉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합병직전 세계 항공기제작 시장은 보잉 56.6% 에어버스 33.9% MD9.5% 선이었다. 산술적으로 볼 때 보잉은 MD흡수로 전체 시장의 66.1%를 차지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보잉과 에어버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4%대 46%였다. 합병후 약 12%의 시장을 에어버스에 빼앗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항공시장을 "보잉 대 에어버스"로 양분한게 보잉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분석한다. 보잉은 지난해 최대 항공기 제작시장이었던 아시아와 유럽에서 에어버스에 참패했다. 유럽 각국이 반 보잉의 기치를 내걸고 정부 차원의 에어버스 세일즈를 벌였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보잉기만을 쓰던 영국항공(BA)은 작년 에어버스 항공기 1백90대를 주문했다. 루프트한자도 에어버스기 16대를 샀다. 보잉은 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쓴 맛을 봐야 했다. 태국 싱가포르 홍콩 등이 에어버스를 구매했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부와 직접 협상, 에어버스 항공기 10대를 판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보잉은 이제 미국 시장에 만족해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또다른 실패 원인은 "공룡화"다. 지나치게 외형을 부풀리다보니 시장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세계 항공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MD인수를 계기로 무리하게 설비를 확장했다. 보잉은 결국 지난해 종업원 2만8천명을 해고키로 한데 이어 올초 또다시 2만명을 추가 감원키로하는등 뒤늦게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확실히 기댈 수 있는 곳은 전투기 헬리콥터 등 방산분야라고 말한다. 이 분야에서는 보잉의 절대적 지위가 아직 유지되고 있다. 보잉은 그러나 "죽음(무기)을 파는 업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가는 역효과에 고민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