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면톱] 제일은행 직원 "울고 싶어라" .. 해외매각 지연

"제일은행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까지 타결될 것으로 믿었던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실패로 돌아가고 공적자금 투입이 또다시 거론되면서 직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연쇄부도와 감자(자본금 줄임), 구조조정과 해외매각의 소용돌이속에 보냈던 지난 2년여의 세월이 아무런 소득없이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또다시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민우식 홍보부장은 "얼음이 녹아내리듯 제일은행도, 직원들의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96년말 44조원에 이르렀던 제일은행의 자산규모는 지난 3월말 33조원으로 줄었다. 무려 11조원이라는 자산이 2년새 빠져 나갔다. 여신은 27조원에서 19조원으로, 수신은 28조원에서 24조원으로 감소했다. 점포수도 4백4개에서 3백39개로, 직원수도 8천3백여명에서 4천8백여명으로 줄었다. 구멍뚫린 저수지에서 물이 새나가듯 계속 오그라들고 있다. 제일은행은 3월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2조여원 잠식됐다. 규정상 4월부터 신규대출이 불가능하다. 한 지점장은 "우리는 사기꾼이 됐다"고 자탄했다. "''5월만 되면 외국자본이 들어옵니다. 그때가 되면 대출도 늘리고 금리도 깎아줄테니 우리와 계속 거래해 주십시오''라고 고객들에게 애원했는데 이제와서 모든게 거짓말이 됐다"는 것이다. 제일은행과 거래하는 개인고객들과 기업들도 돈을 빌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제일은행 주식을 1천원 미만에 유상소각할 것이라는 얘기도 직원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지난번 8.2대 1의 비율로 감자된데다 또다시 유상소각되면 우리사주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 한 직원은 "부장급 이상은 최소한 4천만원, 일반행원들도 평균 2천만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손실을 생각하면 우리사주 손실에 대해 한마디도 할수 없는 입장이다. 최원규 민영화추진팀장은 "공적자금 투입이 거론되면서 제일은행이 국민의세금만 축내는 집단처럼 비쳐져 직원들이 의욕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3조원을 투입해 주면 나중에 30조원을 되돌려 주겠다는 의욕을갖고 있던 직원들도 이제는 자포자기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부족한 돈은 다시 채워놓으면 원상회복되지만 갈기갈기 찢겨진 직원들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할지 안타깝다는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정부가 3조원 이상을 투입, 제일은행을 클린뱅크로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직원들의 사기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정상화의 길은 험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