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20세기를 이끈 경제학자들) 노스 <3>

"인류는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경제적 성과를 얻는 법을 배웠지만,(정착농업이 시작된 이래) 일만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뿐 아니라, 아직도 인류의 절반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더글러스 세실 노스의 노벨상 수상강연 중에서----------------------------------------------------------------------- 노스는 거래비용과 관련한 제도의 변화로부터 경제사의 과정을 설명하고자했다. 그가 던지는 기본적인 질문은 왜 어떤 나라는 부자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이다. 이 물음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사학자들이 해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한 혁신이나 기술발전의 차이 등은 이를 해명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노스는 보았다. 그는 우선 제도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조직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는 게임의 규칙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법과 같은 공식적인 규칙과 관습, 규범, 도덕과 같은 비공식적인 규칙이 포함돼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한편 조직은 개인들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인 것으로 게임의 운영자의 역할을 한다. 제도와 조직은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을 매개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제도의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희소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경제적 상황에서 조직은 다른 조직과의 경쟁에서살아남기 위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투자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개인은 바로 조직의 생존을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거나새로운 규칙을 도입함으로써 제도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개인의 노력은 인식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 주어진 환경 아래에서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은 그가 지내온 역사과정과 현재의 위치 등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개인차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인식에 있어서의 개인차야말로 역사적 과정이 다양하게 전개된 것을 설명할수 있는 수단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를 중시하고, 이에 따라행동하며, 경쟁을 통해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은 도태하고 올바른 선택을한 사람들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이론으로는 역사적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게 노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특정한 제도를 선택하거나 제도를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인센티브와 그에 따른 보수에 의해 결정된다. 해적질을 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경제내에서는 보다 나은 해적질을 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에 투자할 것이다. 생산적인 행위로부터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 내에서는 생산성을 증대시키는데 지식과 기술을 집중시키게 마련이다. 노스는 근대경제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인센티브는 사적 소유권의 보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영국이나 네덜란드에서 가장 빠르게 공업화가 진행된 것은 길드와 같은 보수적인 동업조합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점을 들고 있다.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자신의 인식과 사회적 유인에 바탕해서 제도의 변화를 꾀한다면, 제도변화는 또한 점진적이고도 "경로의존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앞으로의 경제발전을 위한 선택이 상당한 정도까지 지나온 길에 의존하게 된다는 말이다. 노택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