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체인약국만 살아남는다 .. '동네약국' 운영난

약국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기존 "동네약국"에서 벗어나 대형화, 체인점 가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가 하면 특정 질병에 강한 "전문약국"을 표방하고 나서는 등 일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약국 "실명화"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취급품목도 약품 일변도에서 일용잡화까지 확대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약국을 모델삼아 벤치마킹하는 모습도 보인다. 요즘 일고 있는 약국의 변화상을 종합해본다. 약국의 대형화 및 경영다각화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을 앞두고 조제전문약국으로 살아남으려면 규모가 최소 30평은 돼야 한다는게 약업계의 분석이다. 최근에는 50평~1백평의 규모의 대형약국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약국의 70%를 가량 차지하던 중소약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중소약국이라도 도심이나 역세권에 위치하면 권리금이 5천만~1억원에 달했으나 지금은 거의 인정되지 않는 추세다. 대형약국은 조제전문화와 함께 슈퍼마켓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미용제품, 피부치료제와 화장품의 중간성격을 띤 기능성화장품,향기요법제품, 선식 등 건강보조식품, 구강위생용품, 분유 등 유아용품,곰팡이제거제 등 실내위생용품까지 취급하는 추세다. 또 의약분업에 대비,대형병원이나 집단 개원한 병의원 인근에 약국을 개설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약국협업체가입 및 의약품 공동구매의 증가 =금년 들어 약국협업체에 가입하는 약국의 숫자가 작년보다 2~3배 많아졌다. 온누리의 경우 지난 3월에만 30여곳이 가입했다. 라이프사이언스패밀리는 매달 5~6개소에 불과하던 것이 10개 안팎으로 늘었다. 이같은 체인점 증가는 의약분업으로 불투명해진 경영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체인약국은 취급품목확대 등 경영다각화에 힘입어 일반약국보다 30~50% 높은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약사회 지역분회나 동문회 차원에서 20~30개의 약국이 공동으로 약품을 구매하는 경향도 부쩍 늘었다. 이를 통해 유명제품은 5%, 비유명제품은 10%까지 싸게 약을 구입하고 있다. 이들은 대금결제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시켜주기 때문에 제약사와 도매상들 입장에서도 크게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명표기 약국증가 =젊은 약사를 중심으로 약국 개설자의 이름을 상호로 내거는 약국이 늘고 있다. 약업계에 따르면 신규약국중 개설자 성명을 내건 약국은 약 3%. 의원이나 치과의 50% 이상이 개설자의 이름을 쓴 것에 비하면 아직은 훨씬 적다. 하지만 이같은 "약국실명화" 경향은 약사가 자신감을 갖고 조제와 복약지도를 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흔히 쓰여온 "모범" "시민" "부부" "보건" "위생" "종로" 같은 보통명사나 지명을 사용하는 약국은 점차 줄어들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