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머노믹스] (여성 파이오니아) 임소숙 <모수인터내셔널>

"임소숙"(48). 패션업계의 파워네임이다. 히트 보증 수표로 통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 직함은 여성복 업체인 모수인터내셔널 사장. 그러나 "사장"이란 타이틀도 이 이름 앞에서는 부차적인 수식어일 뿐이다. 현재 임 사장은 "모리스 커밍 홈"이란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지난 97년 12월 인수한 브랜드다. 당시에는 지금과 영 딴판의 옷이었다.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남.녀 캐주얼 브랜드였다. 장사도 시원치 않았다. 임 사장은 이 브랜드를 인수한 뒤 새단장을 했다. 우선 남성복을 없애고 여성복에만 촛점을 맞췄다. 디자인은 단순하면서 세련되게, 타깃은 20대 커리어 우먼으로. 그러나 백화점업계에서는 이런 제품쇄신에 관심이 없었다. "임소숙이 맡은 브랜드"면 충분했다. "임 사장이 한다는 말만 듣고 서로 입점경쟁을 벌였을 정도"(롯데백화점 강희태 부장)였다. 백화점 바이어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지난해 모수인터내셔널의 매출액은 70억원. 인수 1년만에 3배로 불려 놓았다. 롯데백화점 매장에서는 올들어 월매출 2억원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워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올해 예상목표는 지난해의 2배 가까운 1백30억원. 이런 파워는 어디서 나왔을까. 근원을 찾아 들어가 보자. 그녀는 중.고교를 미술특기생으로 다닌 화가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게 패션이었다. "미술적인 재능과 돈버는 비즈니스를 결합할 수 있는 아이템"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녀는 곧장 국제복장학원에 입학했다. 뎃생에서 조각까지 미술실력에는 자신있었던 그녀에게 학원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1년이 되지 않는 새 학원과정을 마치고 종로에 있는 한 의상실에 취직한다. 2년뒤에는 당시 가장 잘 나간다는 이화여대앞 이사벨라 의상실로 옮긴다. 거기서 과감한 시도를 한다. 기성복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인 70년대 중반, 기성복 브랜드를 만든 것. "기성복 사업을 하자고 사장님을 졸랐죠. 지금 생각하면 20대 초반에 참 겁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사장님은 충무로에 기성복 매장을 내주시고 저한테전권을 주셨죠" 결과는 대히트. 이사벨라는 패션계의 화제가 됐다. 충무로 매장 쇼윈도 앞에는 손님뿐 아니라 옷구경을 하려는 업계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그중 논노의 창업주 유승렬 사장도 끼어 있었다. 그의 관심대상은 옷이 아니라 쇼윈도 너머에 앉아있는 임 사장이었다. 그때가 26살. "논노 신화"의 주역으로 발탁되는 순간이었다. 임 사장은 패션업계에 "최초"의 기록도 숱하게 남겼다. 28살에 최연소 총괄기획실장(논노)에 올라 화제를 뿌렸다. 패션업계에 "소재개발"의 바람을 불어 넣은 것도 임사장이었다. 남성복 전유물이었던 "게버딘" 소재를 가공해 "크리스 개버딘"이란 여성소재를 개발한 게 대표적인 예다. 82년에는 나산에서 "조이너스" 브랜드를 런칭해 "세미 케주얼"이란 말을 유행시켰다. 86년에는 롯데백화점에 첫 디자이너 브랜드인 "에끄세보" 매장을 열어"큐트(cute)케주얼" 붐을 일으켰다. 87년 대하패션 디자인실장 시절에 만든 브랜드 Enc는 10대들의 필수품이 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잇따른 성공덕에 돈도 꽤 벌었다. 돈을 벌 목적으로 패션을 시작했으니 당초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그러나 이제 임사장에게 돈은 별 의미가 없다. 패션 자체가 인생목표가 돼 버렸다. 쉰을 코앞에 둔 나이에 전 재산을 털어 모수인터내셔널을 인수한데서도 패션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임 사장의 최종목표는 명품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도 파리나 뉴욕같은 패션의 중심지에서다. 나이를 묻자 임 사장은 "물리적인 나이가 상관있나요. 정신은 항상 20대인데"라고 대답한다. 창조와 도전으로 뭉친 20대 정신. 임 사장 파워의 원동력이다. ----------------------------------------------------------------------- [ 성공 포인트 ] ''첫째'' 비효율에 대해서 적극적인 개선안을 찾아라 : 70년대 중반 임사장이 종로의 한 의상실에 다니던 시절. 고객들은 옷을 한벌 맞추기 위해 열번이상 의상실을 찾아야 했다. 임 사장은 이때 "고객들의 체형은 대여섯가지로 대별된다"는데 착안했다. "6개 정도의 사이즈별로 옷을 미리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안하면 어떨까.가봉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될 텐테" 그즈음 한국 최초의 기성복 브랜드인 반도패션이 탄생했다. 임 사장은 "내 생각이 공상만은 아니었구나"하며 무릎을 쳤다. 그후 이사벨라 의상실로 옮겨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켰고 패션계에서 이름을날리는 계기가 됐다. ''둘째'' 고객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활화하라 : 임 사장이 그동안 만들었던 브랜드는 모두 10대 후반~20대가 타깃이었다. 임 사장의 나이는 48세. 그러나 여전히 20대 옷을 만들어 히트를 치고 있다. 비결은 "모든 사고와 생활을 20대처럼" 하는 것이다. 회사내 20대 직원들도 "사장님 정말 잘 놀아요"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 최신 레스토랑이나 록카페 등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가본다. 임 사장은 이런데서 젊은이들의 정서를 느끼고 이들의 옷차림, 좋아하 인테리어 스타일 등을 눈여겨 본 뒤 옷에 반영한다. ''셋째'' 인생의 스케줄을 세워라 : 임 사장은 20대초반에 이미 일생의 타임스케줄을 짰다고 한다. 20대는 패션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30대에는 "내 사업"을 시작해 40대에패션 대기업을 경영한다. 그리고 45세에 파리나 뉴욕 등 세계 패션중심가에 매장을 낸다. 물론 1백% 계획대로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있었기에 체계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할 수 있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