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뭐라고 할까요 .. 우창록 <율촌 대표변호사>

우창록 "변호사님, 뭐라고 대답하면 됩니까?" 변호사 생활중에서 나를 가장 당황하게 하는 질문중의 하나다. 소송사건을 맡으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 뿐만아니라 불리한 것도 정확하게 알아야 전체 소송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의뢰인중에는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관계를 숨기려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의뢰인과의 사이에 신뢰관계를 형성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라도 다 털어놓게 하는 것이 소송을 성공적으로 끌어가기 위한 첫번째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송의 대부분은 사실관계에 관한 다툼이지 법률에 관한 다툼이 아니다. 따라서 사실관계가 분명하면 다툼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이미 일어난 일(역사적 사실)을 가지고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소송절차로 변호사가 소송에서 할수 있는 역할은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 역사적 사실이라도 그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으면 인정될 수 없다. 즉 역사적 사실에 가장 가까운 사실관계가 재판상의 사실로 인정되도록 하는것이 변호사의 임무다. 우리의 생활습관은 분명한 증거를 남기기를 싫어한다. 계약서를 쓸때도 좀 모호한 표현을 좋아한다. 분명하지 않은 것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소송사건에는 예외없이 증인이라는 증거가 동원된다. 증인은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밝히는 증거다. 따라서 증인이 자기가 경험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말하기 시작하면 재판상 사실과 역사적 사실은 서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변호사에게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를 물어봐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증인 후보자를 불렀는데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사람이 종종 있다.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