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파리의 근로시간단축 반대 파업

에펠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노동부 별관. 현관을 들어 서면 악취가 코를 찌른다. 건물내 곳곳에 쓰레기 봉투가 산더미 처럼 쌓여 있다. 복도 바닥은 담배 꽁초와 쓰레기로 뒤덮혀 어디다 발을 둬야 할 지 모를 지경이다. 지난달 23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용역회사 청소원들의 파업으로 노동부 별관은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해 버렸다. 파업 이유는 근로시간 감축 반대. 노동부 청소대행회사의 ''잡 세어링(일자리 나눠 갖기)''제 도입으로 파트타임근로자인 청소원들의 임금이 1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35시간제 실시로 노동의 자유가 제한돼 결국 생계유지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모자라는 인력을 신규채용하는 기업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이 회사도 최근 근로시간 감축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회사 직원 70%가 시간제 근로자라는 것. 주 근무시간이 32시간도 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노동시간 단축제가 적용되는 바람에 근로시간이 30시간 이하로 줄게 됐다. 정규직원들로서야 같은 월급에 노동시간이 줄어 좋기만 하지만 파트타임 직원들은 사정이 다르다. 회사측으로 부터 며칠간의 유급휴가를 얻기는 했지만 저소득층인 이들이 원하는 것은 휴가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수입이다. 더욱 아이로니컬한 것은 파업이 35시간제 실시 총사령실 격인 노동부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당황한 노동부는 해당회사에 빨리 문제를 수습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파트타임직원의 근로 시간을 현 수준대로 유지시킬 경우 신규채용이 필요없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정규직에만 근무단축제를 적용하면 정부시책을 따르는 모범기업이 되긴 하지만 정부의 고용창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맹점도 있다. 노동부로서는 몹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날씨는 더워지는데 쓰레기는 날이 갈수록 쌓이기만 한다. 그렇다고 자기 부처 용역회사에만 예외조항을 인정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그랬다간 파트타임 근로자가 절반을 넘는 관광업계에서도 예외를 인정 해 달라고 들고 일어 날 게 뻔하다. 파리 국제선 중앙역의 하나인 가르 드 레스트에서도 청소용역회사 고용자들이 같은 이유로 최근 파업을 했다. 실업자에게도 고용의 기회를 주자고 도입된 35시간제가 융통성없는 법적용으로 결국 저소득층의 생활고만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