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전자파' .. 정설없어 대부분 '권고기준'만 적용

한국전력이 전자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송전탑 및 송전선로 공사가 전자파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한전이 지난 21일 미국의 전력연구소와 "송전선로 전자파 인체에 무해"를 내용으로 한 공동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오는 27일엔 한국전자파학회가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을 발표한다. 주파수별로 전자파 에너지의 강도를 명시하는 내용이다. 권고기준이지만 후일 법적 분쟁이 생길 때 잣대로 쓰인다는 점에서 관심을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이라고 학회 관계자는 전했다. 노동부도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에 따라 전자파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자파는 과연 인체에 유해한가. 과학자들은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연구논문이 세계적으로 연간 4~5천건 발표되지만 확실히 발병 메카니즘을 밝힌 연구는 아직 나오지않았기 때문"(충북대 김남 교수)이다. 세계 각국이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을 강제기준이 아니라 권고기준으로 시행중인 이유다. 전자파의 인체 유해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케 하는기준을 업계에 강요할 수는 없어서다. 단지 미국이 휴대폰에 한해 전자파 에너지 흡수율을 강제기준으로 적용하고있다. 유해론 =79년 미국 덴버에서 워스하이머와 리퍼 등 2명의 과학자는 송전선로 근처에 살던 아동들의 암발생율이 떨어져 살던 아동집단의 2.5배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전자파와 질병과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잇따랐다. 93년엔 CNN의 래리 킹 라이브쇼에 출연한 미국인 레이나드씨의 발언이 휴대폰의 전자파 유해 연구에 불을 지폈다. 그는 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뇌종양의 위치가 바로 휴대폰 사용할 때의 안테나 위치라며 휴대폰을 원망하는 얘기를 했다.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주장은 대부분 체온상승을 이유로 들고 있다. 1MHz 이상의 고주파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음식내부의 물분자를 요동시켜 온도를 높이는 것처럼 체내의 분자를 들뜨게 해 체온을 높인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도중 두개골 부위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1도 이상 올라가면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저주파는 세포막을 이동하는 칼슘 등의 이온 분포에 영향을 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파는 특히 세포 증식이 빠른 혈구 생식기 등과 같은 조직에 해롭고 백혈병 뇌암 치매 유산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보고가 여러차례 나왔다. 정설은 없다 =생활속에서 접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도 적지 않다. 핀란드 직업건강연구소는 3년간 휴대폰 사용자 19명을 역학조사해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 등 질병 유발에 무관하다는 연구도 보고되고있다. 충남대 김남 교수는 "전자파의 인체영향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전자파 에너지에 의한 체온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정 주파수나 특정 파형이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크게 진척되지 못한데다 변수가 많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별로 전자파에 의한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인체보호 기준을 뒷받침 하는 자료가 대부분 체온변화에 대한 연구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다. 예방 법이 있나 =인체 유해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만일에 생길지 모르는전자파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전문가들의 권고하는 기본수칙이 있다. 우선 전기제품을 쓰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뽑아둔다. 플러그를 뽑지 않고 스위치만 끄면 자기장은 사라지지만 전기장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최소한 60cm, TV를 볼 때도 1.5m이상 떨어진다. 휴대폰을 쓸 때는 안테나를 뽑지 않고 통화하고 가급적 머리에 바싹 대지 않으며 사용시간을 줄인다. 속보이는 투명 휴대폰은 보통 휴대폰에 비해 전자파 강도가 강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접는 휴대폰은 사용할 때 덮개가 안테나를 가로막아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다. 아날로그에 비해 디지털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훨씬 약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