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쫓기듯 팔아야할 이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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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도 그렇지만 서울은행 매각도 순탄치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월23일 교환한 양해각서(MOU)대로 이달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게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자산평가방법을 둘러싼 이견이 만만치 않은데다 최근들어서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측이 서울은행 인수에 따라 문닫게 될 국내지점의 영업권과 폐쇄비용 7억달러를 서울은행 인수가격산정때 감안해야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들고 나와 간격이 더욱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이 양해각서대로 뉴브리지와 HSBC에 넘겨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가 다급할 때 팔기로 했다가 외환사정이 다소 나아졌다고 새로운 조건을붙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거래 상대방이 부당한 조건을 들고나오는등 사실상 거저 가져가겠다는 자세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뉴브리지나 HSBC가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두 은행매각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HSBC가 작년중 7백20억원의 순익을 낸 기존 국내지점 폐쇄에 따른 손실을 7억달러로 평가, 이를 정부가 보상하거나 서울은행 인수가격 산정시 어떤 형식으로든 반영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무지 터무니없다. 강제로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원해서 인수하려는 것이고 기존 서울지점 폐쇄는 자신들의 경영전략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인데, 7억달러를 왜 우리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납득할 수 없는 요구에 끌려다녀야할 이유는 절대로 없다. 양해각서는 글자 그대로 양해각서일 뿐이다. 이를 체결했다고해서 특별한 연고권이나 기득권을 언제까지나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금감위가 양해각서상 본계약 체결시한을 넘기고 난 뒤에도 계속 뉴브리지나 HSBC만 바라보고 있어야할 의무가 없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물론 다른 제3자와 인수협상을 벌인다면 매각은 더욱 늦어지게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다. 공적자금투입에 따른 국민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제값을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적자금을 더 투입, 두 은행 경영을 정상화한 뒤 매각하는방법등도 검토하는 것이 옳다. 매각이 늦어져 현재상태가 지속된다면 부실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길 일은 절대로 아니다. HSBC등이 무리한 고집을 되풀이한다면 우선 공적자금을 투입한뒤 시간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국민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