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매킨지 보고서 '은행을 재건하는 일'

아시아지역의 금융기관들은 더이상 땜질식 경영을 해선 안된다. 금융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시장이 개방되고 있고 고객들은 더 많은걸 금융기관에 바란다. 또 해외 금융기관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례없는 수준의 게임을 하도록 금융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민간은행이든 정부소유 은행이든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생존하자면, 아시아은행들은 향후 몇년간 모든걸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어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하는 것이다.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변화는 세단계에 걸쳐 진행될 전망이다. 첫째단계에서 은행들은 먼저 "생명선"을 확보해야 한다. 자본확충을 해야하고 지급능력이 의문시되지 않도록 대중적인 신뢰를 쌓아야한다는 얘기다. 98년중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 있는 시티은행, HSBC, 스탠더드 앤드 차터드은행 등에는 예금이 넘쳐흘렀다. "금융기관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예금자들이 국내은행에서 예금을 빼 이들 다국적은행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런 예금을 다시 유치하고 대출받은 기업들이 안심하도록 하려면 은행들은 우선 재정상태가 양호하다는걸 확신시켜 줘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론 부실채권을 상각하고 새로운 자본을 수혈받아야 한다. 또 보다 투명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두번째 단계에선 집중화 과정(refocusing)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본을 확충하는 1단계와 거의 동시 아니면 다소 뒤에 일어날 전망이다. 이 단계에서 금융기관들은 경쟁에서 가장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할 것이다. 기간은 대체로 2~3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서비스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이제는 고객층을 제한하고 상품을 특화해야 할 단계에 왔다. 가급적이면 해외 금융기관과의 경쟁이 덜한 분야를 고르는게 좋다. 은행들은 또 이같은 집중화전략을 개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충원해야만 할 것이다. 이를통해 주어진 기회를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분석하고 활용할 줄 아는 기법을 익혀야 한다. 이것은 다시말해 의사결정체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종전에는 경영진의 명령이 중요했다. 앞으로는 고객과 친숙한 참모들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집중화는 아시아 금융기관들에 두가지 도전을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들은 전략을 바꿔야하며 그들의 경영문화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에서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경영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놓아야 한다. 리더십 인적자원 마켓팅 고객채널 업무절차 리스크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수준으로 올라설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아시아지역에서 영업을 확장하고 있는 시티은행 ABN암로은행 등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영진과 기술력으로는 안된다. 해외에서 수입하는게 불가피하다. 강한 은행이라면 2005년까지 이 세단계의 변화를 제대로 거칠 것이다. 그런 은행은 살아남아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간 M&A는 앞으로 붐을 이룰 전망이다. 변화에 성공한 생존은행들은 M&A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은행은 M&A의 희생자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당면한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정할 순 없다. 다만 국책은행은 관료사회와 같은 조직을 시장지향적이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분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경우 언제 단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시점선택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위기가 막 휩쓸고 지나간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98년8월에 싱가포르산업은행(DBS)을 민간에 넘겼다. 시중은행의 경우 규제와 장벽이 점차 없어짐에 따라 겸업은행(유니버설뱅킹)이 되려는 유혹에 직면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걸 하려하기 보다 틈새시장에 집중해야한다. 사업분야를 특화하기로 작정했으면 과감히 투자해야한다. 이 경우에도 리스크는 엄중히 관리돼야한다. 80년대와 90년대에 아시아에선 막대한 부가 생산되고 파괴됐다. 이에따라 은행들도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이같은 사이클은 21세기 초반 10년동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글은 미국의 유수컨설팅업체인 매킨지사가 최근 펴낸 분기별 보고서중 도미닉 카설리와 그레고리 깁이 공동으로 쓴 "은행을 재건하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