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 골프칼럼] '심각하지 않아야 하는 골프'

골프라는 게임에는 도대체 "보장"이라는게 없다. 샷이 잘된다며 의기양양하게 필드에 나가면 영낙없이 "KO패". 반면 너무 안되서 포기하면 의외로 스코어가 좋다. 보장이 안되는 것은 아마추어가 프로에 뛰어들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한 켈리 키니(22, 미국)는 박지은 이전에 미국 아마대회를 휩쓸었던 선수이다. 그녀는 95, 96년 US여자아마선수권을 2연패하며 더 없이 화려한 아마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98시즌부터 시작된 프로생활은 암울함으로 점철됐다. 98시즌 상금은 3만9천8백31달러로 랭킹 1백24위. 올해도 이번우승전까지는 상금랭킹 68위의 어둠이 계속됐다. 박지은이 프로전향을 심사숙고한 것도 바로 키니의 부진에 영향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키니가 이번에 첫우승을 따낸 것은 "아이러니컬한 반전"에 기인한다. 그녀는 "골프를 너무 심각하게 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추구하면 할수록 더 안되는게 골프임을 느낀 것. 키니는 금년들어 오히려 연습시간을 줄였다. 그리고 약혼자인 제이 험프리(그는 프로 미식축구선수이다)와의 데이트시간을 늘리는 등 골프이외의 일에 더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와 같이 골프에 죽고 살았다면 오늘의 우승은 없었을 것이다" 키니의 이말은 "심각하지 않아야 하는 골프"를 의미한다. 그리고 프로전향을 선언한 박지은 역시 "키니의 경험"이 큰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