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벤처밸리'를 가다] (1) 풀뿌리 '기업' 21세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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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들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이 "저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몇개의 벤처기업들이 먼저 둥지를 튼 이후 우후죽순격으로 연관되는 업종의기업들이 몰려 들면서 자연스럽게 대규모 단지를 형성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대학이라는 인력과 기술의 공급기지를 중심으로 사실상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과는 다른 배경을 지닌다. 포이밸리 =서울 서초구 양재1,2동과 강남구 포이동, 개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강남대로와 양재대로변 4km 정도에 걸쳐 컴퓨터 벤처들이 모여 있다. 강남지역에서는 가장 늦게 90년대 들어 개발이 시작된 곳이다. 이 지역 지주들이 너도 나도 소형 업무용 빌딩들을 짓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싼 사무실들이 대량 공급됐다. 포이밸리가 조성된 배경이다. 컴퓨터 네트워크나 그래픽, 소프트웨어 및 멀티미디어 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 지역에 들어와 있는 업체중 공식등록된 벤처기업만 모두 3백여개. 직원 2-3명 규모의 미니 벤처기업까지 합하면 6백여개를 웃돈다. 대부분 창업한지 5년이 안된 신생 기업들이다. 평당 1백50만원선으로 싼 임대보증금과 정보통신 분야 대기업들이 몰려있는 강남의 테헤란로와 가깝다는 이점이 벤처기업들을 불러 모았다. 경부고속도로와도 가까워 제품 운송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포이밸리를 둥지삼아 성공신화를 만들어 낸 벤처업체로는 단연 와이드텔레콤(대표 김재명)이 첫손 꼽힌다. 설립 2년만에 무선호출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급부상했다. "매녹스"라는 브랜드의 소형 무선호출기로 지난해에만 무려 2백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프트웨어 코리도 =서울 방배 서초 교대 역삼 삼성역 등 지하철 2호선역세권을 중심으로 복도처럼 길쭉하게 조성돼 있다. 코리도(Corridor.회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 업체, 외국계 컴퓨터기업 등 3백개가 훨씬 넘는 업체가 밀집해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독보적 벤처단지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등록된 전국 3백28개 기업중 35%에 이르는 1백20여 업체가 이곳에 몰려 있다. 90년대 초부터 테헤란로를 따라 깔린 초고속 광통신선로를 이용하기 위해 벤처기업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기업체 부설연구소도 밀집해 있어 벤처기업들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아이네트 핸디소프트 나다기연 두인전자 서두미디어 등 국내업체를 비롯해 실리콘그래픽스 썬마이크로시스템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정보통신 업체들도 함께 포진, 벤처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구정동 실리콘앨리 =도산대로에서 지하철 3호선 신사역까지를 중심축으로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3차원 만화영화 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광고 영화 인터넷관련 비즈니스 전자출판 3차원 만화영화산업 등 콘텐츠 산업이 주류다. 1백개가 넘는 업체가 입주해있다. 신사역 주변에는 전자출판 전문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압구정역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논현로 일대에는 웹디자인 영화광고 관련 업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이들 업체중에는 적게직원이 겨우 1-3명인 초미니 벤처기업이 많다. 이 단지는 원래 IMF 관리체제 이전 광고 그래픽 분야의 업체들이 몰려있었다. 그러던 것이 IMF이후 많은 업체들이 부도로 사라졌다. 살아남은 업체들은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업종을 전환해 생존을 모색했다. 여기에 신생 업체들이 이 지역으로 대거 몰리면서 압구정동 실리콘앨리의 신화를 새로 만들어가고 있다. 디지털스튜디오 벤처스트리트 =강원도 춘천시 후평산업단지내에 자리잡고 있다. 7백평이 넘는 이 단지에는 ICES코리아 강원네트웍 애니보이 우백물산 등 16개의 애니메이션 업체가 입주해 있다. 춘천시에는 이 곳 말고도 폐쇄된 동사무소 건물 공간에 설치된 벤처단지가 18곳 더 있다. 입주해 있는 업체만 현재 모두 60개가 넘는다. 춘천시는 이곳에 멀티미디어 영상관련업체가 입주할 경우 임대료를 50%이상깎아주는 파격적인 혜택도 주고 있다. 테크노파크 인터내셔날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일원에 위치해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한국판 실리콘밸리중 하나다. 포항공대와 포항제철 포항시가 공동으로 조성하고 있다. 포항공대는 벤처캐피털 포스텍기술투자를 설립, 자금줄을 담당하고 있다. 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벤처기업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포항제철은 이들 벤처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제품을 상품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포항시는 행정적인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2011년까지 87만평 규모의 벤처단지를 조성, 아시아를 대표하는 실리콘밸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예비 단계로 포항공대내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현재 1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