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 수출/실업/투자 '세토끼 잡기'

강봉균 재경부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은 경기문제에 관해 정부가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그냥 놔둬도 경제가 정상궤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근경 재경부 차관보)이라는 판단이다. 이에따라 정부가 경기를 다루는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적자재정을 통해 가속페달을 밟는 "적극적 경기부양책"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저금리 기조로 속도를 유지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신 물가안정과 경상수지쪽에 보다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경기는 정상궤도에 들어섰다 =정부는 일단 경제를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분기중 경제성장율이 4.6%에 이른데다 그동안 걱정됐던 설비투자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서다. 또 올 상반기중 본격화한 중소.벤처기업 지원책의 효과도 하반기부터는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성장율은 당초 예상(2%)을 훨씬 웃돌아 5%를 넘을 전망이다. 재경부는 그러나 "인위적으로 경기속도를 늦출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다. 이 정도의 성장률은 작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하면 "성장잠재력 이내의범위"라는 것이다. 또 "공장가동율이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고실업 상태도 여전하다"(현오석 경제정책국장)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공장가동률은 74%대, 실업률은 7%선이다. 이밖에 미국의 금리인상 및 주가하락 가능성 선진국의 보호주의 강화 움직임 위안화 절하 조짐 등 대외여건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두루 감안할 때 경기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현상 유지"쪽으로 결론 지을 수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의 복병은 국제수지 =정부는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되고있는 경기과열 우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과열은 통상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한다. 이중에도 정부가 더 걱정하는 것은 경상수지다. 강 장관도 "지난해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4백억달러의 무역흑자"라며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들어 무역수지쪽에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1-5월중 수출은 3.8% 감소한 반면 수입은 11.9%나 늘어났다. 특히 지난달에는 통관기준 수입액이 91억달러로 작년 5월에 비해 25%나 증가했다. 통관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입증가율은 28.9%나 됐다. 이같은 수입 급증세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2백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에는수출활성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도 정부가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아직 침체상태이지만 수도권 일부에서는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기존의 부동산 경기활성화 대책중 상반기에 시효가 끝나는 대책은하반기에는 지역별로 차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저금리는 유지돼야 한다 =최근의 경기회복세가 기조화 되려면 설비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다행히 지난 1분기중 설비투자 추계치가 10.9%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상유지 차원의 투자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상승기에 나타나는 확장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아직도 불안해 하는 셈이다. 이를 해소하고 투자를 일으키려면 무엇보다도 "저금리 기조 유지"가 필수적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즉각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으로 이해되고 있다. 아울러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세제상의 지원책도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