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박람회 '99] (폐막/결산) '국가 신뢰 높여'

처음 열린 APEC투자박람회는 "첫술에 배부르랴"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다. 21개 회원국에서 2천명이 넘는 투자가들이 한국을 찾아 35억달러(4조2천억원)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들이 한국에 묵으면서 쓴 달러도 만만치 않아 부수적인 경제효과도 컸다. 여기에다 IMF(국제통화기금)지원이후 떨어졌던 한국의 국가이미지와 신뢰도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APEC서울 투자박람회는 "남는 장사"로 결산할 수 있다. IMF위기 극복의 자신감을 보여줬다 =2천명이 넘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서울로 몰린 것은 "한국이 투자적격지"임을 입증한 셈이다. 외국기업가 및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들이 직접 눈으로 IMF위기를 벗어나 회복단계에 들어선 한국의 경제실상을 보고 투자계획을 밝혔다. 특히 존 H 더닝 영국 레딩대 교수와 클라우드 스마자 세계경제포럼(WEF)회장 등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들이 특별강연을 통해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높게 평가했다. 행사를 진행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황두연 사장은 "한국은 APEC 21개 회원국중 가장 먼저 투자박람회를 열어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자신감은 물론 정부차원의 강력한 투자유치 의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APEC회원국간 투자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외자유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정보다. 투자정보는 곧 투자의향을 가진 기업체 및 매물의 리스트다. 한국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 세계의 잠재적인 투자가 4천3백69명의 인적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앞으로 기업들이 투자유치 활동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해외진출을 바라는 기업 입장에선 APEC투자 네크워크에 입력된 1천5백3건의 매물과 투자정보 등을 손쉽게 입수할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투자유치활동을 벌여온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형 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했다. 남는 장사였다 =이번 행사의 사업비는 총 27억원. 이런 예산은 서울을 찾은 2천명 이상의 외국인투자가들이 뿌린 외화 1천만달러(1백20억원)의 5분의 1밖에 안된다. 물론 이들이 한국에 투자를 확정하거나 약속한 35억달러(4조2천억원)와 직.간접적인 홍보효과까지 돈으로 계산하면 이익은 엄청나다. 한마디로 대차대조표상 성공한 첫 투자올림픽이었다고 주최측은 평가했다. 때문에 차기 투자박람회 개최지를 놓고 중국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이 벌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도 호평했다 =행사기간중 러시아 전시관에 참가한 러시아 IPEC투자회사의 블라디므르 볼노프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기업들에서로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각국의 투자정보를 비교확인할 수 있어서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시관을 마련한 21개 회원국중에선 주로 경제난으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이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점도 많았다 =이번 행사의 실질적인 준비기간은 고작 3개월. 김대중 대통령이 작년 11월 이번 행사를 열겠다고 APEC회의에서 밝혔다. 이후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간에 행사주도권을 놓고 다투다가 지난 2월에야 산자부 소관 행사로 결정났다. 결국 행사를 일일이 집행해야 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통사정해가며 외국인투자가들을 끌어모았다. 미국 동북부에 있는 메인주 무역투자담당국장 페리 B 뉴만씨는 "돈을 많이 굴리는 대형 투자펀드와 대기업이 많이 참가하지 않아 행사의 실속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투자유치 기관들도 의욕만 앞섰지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한국정부가 이번 행사를 전시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얼마나 실속있게 투자유치의 결실을 이끌어낼 지가 남은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