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금주의 테마경제) '재정적자가 끼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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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재정적자는 이자율 경제성장 국제수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물론 리카도 동등가설(Ricardian equivalence)을 믿는 사람들은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없거나 극히 작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학계에서 소수파로 분류된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는 이자율을 상승시킨다. 이자율의 상승은 민간투자를 위축하고 자본축적을 저해한다. 그러면 국가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져 장기적으로 소득수준에 막대한 영향이 미치게 된다. 또 이자율의 상승은 환율을 절상시켜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 물론 민간투자가 위축되는 것만큼 정부투자가 증가한다면 국가 전체로 보아 총투자는 변함이 없을 수 있다. 이는 국채발행을 통해 마련된 자금이 모두 정부투자에 쓰이는 상황에서 가능하다. 일례로 영국이나 일본에서 실시하고 있는 소위 황금률(golden rule) 에 따르면 투자사업을 위해서만 국채를 발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기는 매우 어렵다. 기존의 재정지출 가운데 정부투자를 줄이고 정부소비를 늘리는 한편 추가적인 투자소요를 국채발행으로 충당한다면, 이는 명목상 황금률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 것과 다름없다. 또한 정부투자와 정부소비 사이의 경계선이 불명확하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교육이나 의료부문에 대한 정부지출은 그 효과(인적자본의 축적과건강수준의 향상)가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투자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황금률의 적용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때 논리적으로 이를 반박할 근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정부투자의 범위를 넓히다 보면 대부분의 정부지출을 투자에 포함시키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투자의 비효율성에 있다. 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에서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근본적 문제점은 적절한 책임성 확보장치가 확립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공공부문의 규모가 너무 크고 정치과정 역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공무원들을 제대로 감시감독하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투자의 효율성은 궁극적으로 공무원들의 양심과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전반적으로 윤리의식과 지식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가에서 공무원들만 양심적이고 똑똑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따라서 설사 황금률이 정확히 지켜질 수 있다 하더라도 투자의 비효율성 문제는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자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언제나 균형재정을 유지해야 하는가. 물론 그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하여 조세수입이 감소하였을 때, 또는 경제위기와 같은 비상시에는 적자를 확대시켜 거시경제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안정화에는 상당히 많은 위험이 따른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시차효과로 인해 대부분의 재량적 지출증대가 경기안정을 저해하였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된다. 미시조정(fine tuning)을 통해 정부가 경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케인스가 경제학자들의 마음 속에 심어놓은 잘못된 믿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이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재정정책을 사용할 경우 경기진폭이 확대되고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정치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적자의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재정적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채잔고가 매우 높았던 아일랜드나 벨기에의 경우 재정긴축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소비를 활성화시켜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반 논의에 따르면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은 가능한 한 조세수입의변동과 같은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 에 맡기고 정부는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에 일차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