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오지탐험) 강원도 화천 '방개/비수구미'..자연의 땅

강원도 화천군 해산령 정상의 국내 최장터널인 해산터널(1천9백86m)을 벗어나자 안개를 잔뜩 머금고 있는 비수구미계곡이 눈아래 펼쳐진다.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 다다른 수하리선착장. 화천군 동촌2리인 이 곳이 행정명보다 비수구미 방개 법성 등으로 더 알려진 강원도 오지마을의 초입이다. 파로호 상류에 평화의 댐이 들어서기전까지 이 일대는 외지인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오지중의 오지였다. 화천읍내로 나가려면 산을 넘든가 아니면 열흘에 한번씩 마을을 들르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했다. 산을 넘어 화천읍까지는 왕복 10시간 이상 걸리는 힘든 길이었다. 파로호를 가로질러 10여분쯤 가면 방개마을에 도착한다. 물방개를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말이 마을이지 황만근(58)씨 부부만 살고 있다. 예전에는 10여가구 이상이 화전을 일구면서 살았지만 정부의 이주정책으로 모두 떠나고 황씨네만 남았다. 대부분의 이곳 마을은 3가구가 살고있는 미수구미를 제외하면 방개처럼 한가구로 이뤄졌다. 황씨네는 3대째 방개에서 살아오고 있다. 황씨는 "남들이 뭐라하든 저는 물설고 사람설은 외지에서는 못살겠더구만요.전쟁이 끝나자마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죠"라며 빙긋이 웃는다. 황씨네에 묵는 외지인들은 만드는데 서너시간 걸리는 손순두부를 공짜로 맛볼 수 있다. 방안에선 산나물 냄새가 가득하다. 고사리, 취나물, 참나물, 우산나물 등 요즘 한창 물이 오른 것들이다. 집 앞마당에서는 밤 늦게까지 모닥불을 피워 놓고 정담을 나눌 수 있다. 황씨의 기분이 좋은 날이면 집에서 담근 아카시아향 가득한 당귀주도 마실수 있다. 방개마을에서 지금은 폐교된 수동초등학교터까지의 길은 좋은 산책로 구실을 한다. 왕복 1시간 거리로 아침이나 저녁때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거리. 오솔길로 접어들면 몽롱해질 정도로 진한 풀내음을 즐길 수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등교길로 사용됐을 오솔길에는 사람의 발길이 멎은지 오래인듯 잡초와 무당개구리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방개마을에서 비수구미를 지나 비수구미계곡으로 이어지는 약 8km 구간은 오지탐험과 트레킹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 방개에서 비수구미로 가는 산길 중간쯤에는 예전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바위가 있다. 발 아래 펼쳐진 잔잔한 호수와 길가의 갖가지 나무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30분정도 걷다보면 파로호 주변 마을중 가장 번화한(?) 비수구미마을에 다다른다. 장윤호씨 등 3가구가 살고있는 이 마을은 파로호 상류와 비수구미계곡이 접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마을앞을 흐르는 계곡물은 그냥 떠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다. 지금도 열목어 산천어 산메기 버들치 등 1급수에서만 사는 고기들을 볼 수있다. 비수구미에서 해산터널까지의 비수구미계곡은 완만한 경사여서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길. 지난 3년간 자연휴식년제에 묶였던 비수구미 계곡이 다시 3년간 묶이는바람에 자동차통행과 취사는 절대불가다. 덕분에 계곡물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길 양쪽에는 단풍나무가 늘어져 가을이면 붉은 단풍 바다를 이룬다. 계곡물로 목을 축이고, 발을 적시며 오르는 길은 여느 산행과 달리 비수구미같은 오지의 계곡에서나 가능하다. [ 여행메모 ] 가는 길 =서울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방향으로 가다 의암댐을 건너지 말고 화천방면으로 빠진다. 계속 직진하다 용산리(신호등 있는곳)에서 우회전해 5번과 56번국도로 진입, 직진하면 화천이 나온다. 화천고등학교 앞(검문소) 다리를 건너자 마자 우회전해 4백61번 지방도로로진입한다. 여기서 4백60번 지방도로로 다시 빠져 해산터널을 거쳐 평화의 댐 직전에 수하리선착장으로 간다. 이 곳에 차를 주차한후 비수구미 주민의 보트를 이용해 마을로 들어간다. 여객선이 없으므로 사전에 비수구미 마을에 보트이용시간과 민박 등을 예약해야 한다. 서울~춘천 1시간, 춘천~화천 1시간30분, 화천~수하리선착장 1시간 소요. 서울에서 비수구미마을까지 4시간정도 잡아야 한다. 배삯은 왕복 3만원이다. 숙박시설 =비수구미 방개 모두 민박 가능. 1실 2만원. 주말.방학에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비수구미 :장윤일(0363-442-0145) 김상준(442-0962) 심금산(442-3952) 방개 : 황만근(442-0035). 혼자 가기 힘드므로 오지여행클럽(0331-239-2941) 등 전문여행사 프로그램을이용하면 편리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