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브랜드] 명품 패션 '컬러 브랜드' 뜬다

명품의 컬러가 변하고 있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고급 옷하면 트렌드와 상관없이 으레 점잖은 느낌의 모노톤이나 어두운 색상이 주조를 이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통념을 깨고 밝고 강렬한 컬러 옷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기존의 무거운 이미지 일변도에서 탈피해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캐릭터와 프린트를 사용한 브랜드도 선보이는 등 명품 패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명품에 색깔을 입힌 대표적 브랜드로는 구치 겐조 베르사체 크리스천 라크르와 그리고 모스키노와 아이스버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브랜드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과 끊임없는 재창조를 통해 온통 무채색 천지인 명품세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구치는 작년까지 철저한 검정색 신봉자였으나 올 시즌 "글램록(Glam Rock)"을 주제로 대변신을 시도, 패션리더들을 열광시켰다. 글램록은 선명한 플라워 프린트에 청바지, 가죽 등 이질적인 소재를 조화시켜 60,70년대 히피풍을 재현한 스타일. 여름으로 갈수록 구치의 꽃무늬는 더욱 크고 화려해졌다.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인 톰포드는 "밝고 화사한 꽃무늬를 통해 낙천주의를 전달하려 했다"며 플라워 프린트를 이용한 제품을 51가지나 선보였다. 티셔츠와 바지, 가방은 물론 핸드폰 케이스, 담배 홀더, 스카프, 살롱,비치타월, 사각 팬티 등 구치 상품 곳곳에서 흰색과 오렌지, 분홍색이 어우러진 컬러 프린트를 찾아 볼 수 있다. 지아니 베르사체 또한 강렬한 원색패션을 논할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다. 오렌지색과 검은색 노란색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마치 신화의 한 장면과 같은 환상적 이미지를 연출한 베르사체의 올 여름 카탈로그에서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중 큼직큼직한 꽃문양이 그려져 있는 실크로 만든 티셔츠와 바지, 또 차가운 느낌의 금속소재를 이용해 사이키한 이미지를 살린 원피스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베르사체는 올 가을 컬렉션에서도 변함없이 컬러풀한 디자인을 고집하고 있다. 오간자와 벨벳 등 고급스러운 소재위에 정교한 자수를 넣었고 산호와 반짝이는 구슬 등을 달아 화려함을 더했다.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이름난 안나 모리날리와 블루마린도 패션계에서 손꼽히는 컬러 브랜드다. 디자이너 안나모리날리가 만드는 이들 브랜드는 매시즌 로맨틱을 주제로 화사한 색상의 옷을 선보여 왔다. 올 여름에도 분홍색의 큼직한 장미 문양과 레이스를 잘 조화시켜 섹시하고 낭만적인 멋을 추구했다. 이외 색상의 연금술사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프랑스의 크리스천 라크르와 장미꽃과 자연의 화가라고 불리는 겐조도 선명한 색상대비와 감각적인 문양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또 이탈리아의 미소니와 오스트레일리아 브랜드 쿠지는 니트에 여러가지 색채를 짜넣어 일반 섬유보다 환상적인 느낌을 연출하기로 유명하다. 모스키노와 아이스버그는 독특한 캐릭터와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이용,어깨에 힘을 뺀 브랜드다. 이탈리아 패션그룹 질머사의 브랜드인 아이스버그는 젊고 생동감 있는 패션을 지향한다는 컨셉트 아래 올 여름에도 재미있고 편안한 디자인의 상품을 매장에 내놓았다. 언뜻보면 깨끗한 흰색 셔츠지만 깃이나 소매끝에 미키마우스가 숨어 있다든지 뒷면에 만화 캐릭터가 고급스럽게 수 놓아져 있는 식이다. 유머라는 측면에서는 모스키노도 결코 지지 않는다. 가슴 부분에 달린 커다란 입술 모양과 하트, MOSCHINO 글자의 반복 배열 등이 이 브랜드의 트레이드 마크다. 관계자들은 이들 컬러 브랜드의 인기가 최근 급격한 상승세에 있다고 전한다. 전년대비 30%이상의 신장세를 보이는 구치는 물론 모스키노와 안나 모리날리또한 작년에 비해 20%정도 매출이 늘어났다. 겐조와 베르사체는 여전히 마니아 그룹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호조에 대해 명품 고객중에도 무조건 점잖은 옷을 고르기 보다는 좀더 패션성이 가미된 옷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소비가 이들 매출에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