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외국피' 수혈받는 일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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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의 경영자들이 일본기업의 별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와 통신업계에 외국인 상근임원이 이달말 잇따라 탄생한다. 화제의 인물은 단연 "경비절감의 명수"로 통하는 프랑스 르노의 카롤로스 곤 수석부사장. 그는 25일닛산의 최고집행책임자(COO)로 취임한다. 곤부사장은 COO에 취임한후 8명의 닛산부사장을 총괄한다. 사업부문을 맡는다. 곤부사장은 올해 45세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력은 화려하다. 97년부터 3년동안 르노의 경비를 4천억엔이나 절감시켰다. 프랑스 미쉐린의 미국현지법인사장등을 거쳐 42세때 르노의 넘버투맨이 됐다. 닛산의얼굴역할을 하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자동차회사인 마쓰다에서도 미국 포드자동차출신인 마크 필고문(38)이 전무로 취임한다. 30대 전무의 탄생은 파격적이다. 통신업계에도 외국인 경영진이 속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BT(브리티시텔레콤)의 일본법인 사장인 크라이브 안셀씨(41)는 29일 일본텔레콤의 상무로 취임한다. "일본텔레콤은 견실한 회사다. BT식 경영과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게 포부다. 미국 AT&T의 일본법인사장인 다릴 그린씨(38)도 일본텔레콤상무를 맡는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다음 일본강관(현 NKK)에 입사, 일본에서도 근무한 경험을 가진 일본통이다. 언론들은 빅뱅이후의 외국금융기관 진출을 함선까지 동원한 외압에 눌려 강제로 문호를 열었던 에도시대 말기에 빗대어 "구로후네(흑선)의 침략"이라고 떠들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의 핵심 임원까지도 외국인에 내주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인재의 부족이다. 닛산이 곤부사장영입에 앞장섰던 것도 인재를 수혈받기 위한 것이다. 하나와사장은 지난 81년 미국공장개설 준비실의 차장(부장대우)으로 현지에서 근무하는 동안 일본과 미국경영자간 실력차이를 뼈져리게 경험했었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미국인)을 다룰 자신이 없다"며 내정상태였던 현지법인 사장직을 포기했다. 사람문제가 닛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월가에 정통한 전문가 10명만 있었더라도 금융시스템이 이처럼 엉망이 되지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정부와 재계는 산업경쟁력회복에 한목소리를 내고있다. 그러나 더 시급한 과제는 바로 경영자의 경쟁력회복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