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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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대 노년학연구소장 레너드 푼(Leonard Poon) 박사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노년심리학자다. 60대, 80대, 그리고 1백세 이상의 세 연령층 장수자 각각 88명을 대상으로 그가 연구해 발표한 "장수비결"은 이미 상식적인 것이 됐지만 지금도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푼 박사가 지적한 장수자들의 특징은 우울증 경향이 없고 정신건강 수준이 높으며 성격이 낙천적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1900년 남성 40세, 여성은 50세였던 선진공업국의 평균예상수명은 오늘날 각각 75세와 80세로 늘어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0년 52.4세 였던 평균수명이 95년에는 73.5세가 됐다. 오는 2000년에는 74.9세, 2010년에는 77세, 2030년에는 79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한국도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연초에 통계청이 발표한 평균 여명 통계가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 60세인 사람은 남성 16.5년, 여성은 21년이나 더 살고, 70세 노인도 남성 10.3년, 여성은 13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장수시대를 예고하고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남성은 평균수명69세중 15년, 여성은 77세 가운데 24년이 병을 앓는 기간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건강한 기간은 남녀 모두 고작 50년이 조금 넘는 셈이다. 게다가 65세 이상의 노인은 연 2백일 이상을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간에게는 단순한 수명연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공간속에 담긴 삶의 질이 어느정도인지가 문제가 된다. 인생의 약 3분의1을 병고에 시달린다면 우리의 삶의 질은 너무 열악한 수준이다. 하기야 70대 노부모 앞에서 40, 50대 중년자녀가 퇴직걱정을 해야하는 요즘의 현실속에서 "삶의 질" 운운하는 것조차 과욕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각자가 심신이 건강해 성공적으로 늙어가는 "생존 도사"가 돼야겠지만 노인보건사업과 요양시설을 강화.확충시켜 장수자들을 보살피는 특별한 배려가 시급한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