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대의 아픔/서민의 한 '화폭에' .. 김호석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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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42)씨는 젊은 작가들중 선두주자로 꼽히는 한국화가다.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그림공부를 한 김씨는 70년대 후반 국내화단에 불어닥친 수묵운동의 영향을 받아 "우리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후 그는 전통적 화법으로 한국화의 맥을 잇고 있다.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무차별적으로 밀려오는 외국의 다양한 미술사조속에서도 그는 전통기법을 통해 오늘의 시대상과 삶의 모습을담아내는 의연함과 당당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학재학 시절인 79년에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작가적 기량을 인정받았다. 김씨의 그림이 8월15일까지 2개월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 걸린다. 전시작품은 수묵담채로 그린 역사화 풍경화 인물화 선화 스님화 군중화 동물화 등 1백4점. 이번 전시는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로 뽑혀 주어진 자리다. 그의 작품에는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갑오농민운동이후 1백여년의 역사를 인물중심으로 엮어내고 있다.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단재 신채호, 문익환 목사, 전봉준 등 일제 또는 독제에 항거한 인물들을 간결하고 기운생동하는 필치로 담아내고 있다. 인물화에 대한 탁월한 기량과 완숙한 기법은 선화등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지난 98년10월 성철 스님의 다비식을 묘사한 "그날의 화엄"은 옛전통회화의서술적 표현양식을 빌려쓰고 있다. 단순히 큰 스님의 운구행렬과 다비식과정을 담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시대의 정신성과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그림은 한편의 대서사시로 평가되어 국내외 화단에 큰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빈대잡는 선승"(96년)은 성철 스님이 따스한 봄날 개의 몸에 붙어있는 빈대를 잡아주는 풍자섞인 모습을 마치 살아움직이는듯 표현하고 있다. 그의 풍자적 작풍은 초기작품 "굴비"(86년)에서도 잘 나타나있다. 사람들의 밥상에나 올라야 하는 굴비, 그것도 줄줄이 엮여 올라가는 굴비. 이 굴비를 통해 한많은 서민들의 삶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90년대초에는 역사적 사건들을 화폭에 끌어들이고 있다. "개죽음"(91년)에서는 민주화를 향해 끊임없이 외쳐온 젊은이들의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되묻고 있다. 특히 "역사의 행렬 I, II"는 91년 민주화 항쟁과정에서 산화한 고 강경대군의 장례식장면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김씨는 "늘 현장에서 현실과 함께 하며 모두가 공감할 우리시대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농촌의 모습을 묘사한 "칠천리 풍경"이나 삶의 질곡과 시대의 아픔에 무게를 실은 "역사의 행렬" 역시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02)503-9675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