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골프일기] '골프엔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

고영분 "제발 한번만 똑바로 가줘라! 시간 없단 말야" 필드행이 채 두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드라이버샷은 예외없이 연습장 오른쪽 망만을 향해 날았다. 방향이 45도 오른쪽이면 그날 라운드는 보나마나. 난 어떻게든 이걸 고쳐야 떠날수 있을 것 같아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런 내가 안됐는지 지나가던 레슨프로가 귀띔했다. "너무 오른쪽으로만 가네.시간이 없으니 오늘 라운드에선 무조건 왼쪽을 향해 서서 치세요. 그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볼이 오른쪽으로 가니 아주 왼쪽을 보고 쳐라. 너무나도 그럴싸한 해결책에 난 귀가 솔깃했다. 그 "기막힌 임시방편"을 안고 선 1번홀 티잉그라운드. 오른쪽으로 휘어질 만큼을 계산해 왼쪽으로 잔뜩 돌아섰다. 그리고 회심의 티샷을 날렸다. 그러나 웬걸. 중앙을 향해야 할 볼은 더 급하게 오른쪽으로 가더니 언덕빼기에 꽉 박혀 버리는게 아닌가. 2번홀도 마찬가지. 아,그 황당함이여. 몇홀이 지난후 그늘집에서 선배가 말했다. "골프에 편법은 안 통해요. 비록 잠시 원하는 방향을 얻었어도 그런 편법 때문에 평생스윙이 망가질 수 있어요. 골프는 되든 안되든 정석대로 쳐야지요" 선배는 정석대로 스퀘어 셋업을 권했다. 그런데 너무 신기했다. 연습장에서 오른쪽으로 가던 볼은 똑같은 스윙같은데도 이번엔 정중앙을 향해 나는 것 아닌가. 그 원인과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연습장에선 절박한 마음에 줄곧 당겨 쳤지만 "정석대로"를 결심한 후엔그래도 배운대로의 스윙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난 그날 많은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촉박해도 "어설픈 잔머리"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골프의 정답은 언제나 정석대로의 기본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순간의 성공을 위해 계속 편법과 결탁했다면 난 10년 뒤에도 여전히 왼쪽만을 보고 치는 "괴상한 골퍼"가 됐을 게 틀림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