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정부주도는 정경유착 연속"..일본 후카가와 교수 강연

"빅딜(대규모사업교환)"이 국내적인 사업교환에만 국한돼 한국기업이 세계적인 기업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아오야마대 교수는 21일 전경련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특별강연회에서 "빅딜은 국제적인 산업조정과 한국의 구조조정을 연결시키는 관점이 결여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빅딜은 정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정경유착의 연속"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경영자의 "책임"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후카가와 교수의 설명이다. 빅딜을 지켜보는 외국투자가들은 정부를 떼놓고는 한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 외국인 직접 투자유치 확대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는 "그렇다고 빅딜이 매듭되면 한국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청사진도 보이지않는다"며 "외국투자가들의 실망투매가 나오지 않도록 시장 참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외국과의 기술제휴가 많은 제조업체의 성격상 국제적인 파트너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80년대초 중화학공업 산업합리화 조치 직후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을 떠난 상황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측 파트너가 "빅딜"로 인해 더 이상 같이 일을 못하게 되면 한국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외국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세계적으로 보면 빅딜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작은 일을 갖고 한국이 지나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제적인 재편 추세에는 끼지 못하고 한국내에서만 이리저리 사업을 교환해봤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나아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빅딜과 연관된 총수 사재출연과 관련해서는 "경영자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내는 사람이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강요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와세다대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일본 장기신용은행연구소주임연구원,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아오야마대에서 재직하고 있다. 그는 한국산업연구원(KIET) 객원연구원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 97년 "한국,선진국경제론"을 썼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