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코스닥시장 과열을 경계한다

코스닥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중소및 벤처 기업 육성이 우리경제의 사활적 과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코스닥 주가 급등세가 그 속도면에서 지나친 감이 없지 않고 단기급등후 파국적 폭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인 코스닥 주가는 이후 불과 2개월여만에두배 이상이나 뛰어 올랐고 거래 역시 전산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폭발하고있다. 문제는 이같은 투자 열기를 감당할 만큼 코스닥 시장의 내부인프라가 충분하고도 적절히 갖추어져 있느냐는 점이다. 증권거래소가 엄격한 심사를 거친 우량 기업만을 상장시키는데 반해 코스닥 시장은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기업을 등록시키고 있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우량주와 부실주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증권회사들이 더러 코스닥 기업에 관한 경영분석 자료를 낸다고는 하지만 이들 자료의 신뢰성은 매우 낮은게 현실이다. 기업공시등 회사측의 정보공개도 아직은 지극히 단편적일 뿐이어서 이를 통해 기업 실정을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항에서라면 코스닥 투자는 말그대로 폭풍이 치는 밤바다에서 쪽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형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에인절 펀드들조차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터에 일반 투자자들이 주가동향만을 보고 유망기업을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욱이 코스닥 등록기업은 거래주식수가 적어 주가조작등 불공정 거래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게 현실이지만 증권업협회가 자율규제 형식으로 형식적인 시장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투자자들이 갈수록 "투자 위험"에 무뎌져 가고 있음도 주목할 일이다. 코스닥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폭등하면서 역으로 증권거래소의 관리종목 주가조차 최근에는 무더기로 동반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현상은 현재의 증권시장 분위기가 매우 들떠 있음을 잘보여 준다고 할 것이다. 코스닥 시장이 단기간에 승부를 내버리고 문을 닫아걸 시장이 아니라면 최근과 같은 초고속 주가상승과 거래폭주는 분명 어느 정도까지는 진정될 필요도 있다고 하겠다. 증권 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기업등록 절차를 재정비하고 적절한 기업공시 체제를 갖추는 외에도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망을 구축하는등 최소한의 인프라는 서둘러 갖추어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코스닥시장의 활황을 오래 지속시켜가는 방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