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면톱] 해태음료 매각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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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과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던 해태음료 매각협상이 채권단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해태그룹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는 23일 "해태음료를 당초 제시한2천3백억원보다 5백억원 싼 1천8백억원에 매입하겠다는 제일제당의 제안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의 25% 이상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며 "75%이상 채권단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져 해태음료 매각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일제당은 채권단이 매각거부의사를 밝힌 직후 2천1백억원을새로 제시했다. 해태그룹채권단은 지난 21일까지 각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해태그룹 구조조정방안에 대한 찬반의견을 접수받았으나 금융기관들의 이사회가 늦어져전체채권단의 30%정도가 찬반의견을 접수했다. 해태제과의 출자전환금액을 2천억원 이상 늘리겠다는 새로운 수정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채권금융기관들이 찬성의사를 표시, 조만간 확정될 전망이다. 제일제당에 대한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해태음료는 외국기업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해태음료 채권단에는 2개의 외국기업이 제일제당 제시금액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그룹내에서는 채권단의 결정이 당연하며 증시활황으로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 오히려 값을 깎으려는 제일제당의 새 제안에 실망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에 대해 제일제당 관계자는 "잠정합의할 당시 실사후 차액을 정산키로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실사를 해보니 예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금액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헐값에 인수하려고 한다느니 마음이 변했다느니 하는 말은 맞지 않다"고반박했다. 제일제당의 인수건이 무산됨에 따라 해태음료는 올 여름 성수기를 주인 없는상태에서 장사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됐다. 음료업계 관계자들은 해태음료 매각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빨라야 가을께 새 주인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음료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여름철 판매경쟁의 막이 올랐음을 지적, 새 주인이 온다 해도 해태음료의 영업스타일을 파악하고 유통망을 재정비하는데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려 장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해태음료가 외국기업에 넘어가면 음료산업 판도가 외국기업 중심으로 바뀌게 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음료업계의 "빅 스리"는 롯데칠성 해태음료 및 코카콜라. 해태음료가 외국기업에 넘어가면 롯데칠성은 외국자본의 공세에 맞서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것이 음료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롯데와 해태가 양분하고 있는 과즙음료시장 판도가 무엇보다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음료제품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과즙음료시장은 해태음료가 최선발주자의 장점을 업고 롯데칠성과 코카콜라를 제품개발과 마케팅등 거의 모든 면에서 항상 앞질러 왔기 때문이다. 해태음료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해태그룹은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해태음료는 비상장기업이지만 해태그룹의 전계열사중 가장 기업내재가치가 뛰어나면서도 현금동원력이 뛰어난 알짜회사여서 이의 처리여부가 해태그룹 구조조정의 첫단추로 인식돼 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