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계과학회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학자를 두뇌가 우수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그래서 과학자가 내놓는 연구성과를 그가 가진 남다른 능력의 소산으로 믿는다. 그러나 핵물리학의 선구자 러더퍼드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내놓은 성과들을 "과학자 집단의 산물"로 봤다. 그는 과학은 앞세대가 이룩한 업적을 받아 뒷세대가 새로운 것을 첨가하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고 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살다간 미국의 과학자 랭글리는 과학의 진보를 색다르게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들의 행위를 마치 한떼의 사냥개의 활동과 같다고 비유했다. "종국에 가서는 아마 사냥감을 잡게될, 그러나 길을 잃으면 시각이 아닌 청각에 따라 제멋대로 흩어져 우왕좌왕하거나, 옳은 길이든 그른 길이든 목소리 큰놈을 따르게 되고, 때론 틀린 냄새를 쫓아 일체가 되어 뒤쫓는 경우도 있다" 랭글리의 표현에 기분 나빠할 과학자가 적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연구가 보다 대형화되고, 정부의 과학연구에 대한 지원이 늘고,교통통신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의 교류를 보다 빠르고 광범하게 이뤄지면서 나타나는 금세기 세계과학계의 몇몇 현상들을 보면 그의 지적이 그르다고만 할 수는 없다. 과학연구에 유행이란 것이 있고, 과학종사자들이 늘면서 경쟁이 생겨나고,게다가 전세계 곳곳에서 쉴새없이 각종 성과가 쏩아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과학성과가 "사냥감"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거기다가 우리는 과학연구의 성과가 인류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인지 해를 줄 것이지 판정하기 힘든 시대에 산다. 한때 "꿈의 발견"이라 칭송받던 연구성과들이 어느날 갑자기 재앙을 주는 것으로 바뀌는게 현실이다. 인류는 오랜동안 과학발전이 장미빛 미래를 약속한다고 믿었으나 오늘날은 이같은 믿음이 엷어지고 있다. 항가리 부다페스트에서 1백20여개국 과학자 2천여명이 모여 21세기를 위한 "과학서약"을 모색하는 세계과학회의를 열고 있다. 인류미래에 대한 이들의 처방이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