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싱가포르가 잘사는 이유

리콴유 모든 사람은 풍요로운 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모두 잘 살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싱가포르와 같은 소국이 잘 살기 위해서는 몇가지 유념해야할 것들이 있다. 우선 강력한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이끌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또 사회 구성원들은 잘 살기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서로서로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혼자 힘으로만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차대전후 지난 50년간 각국의 흥망성쇠 역사를 살펴보면 다른 나라의 희생덕에 흥한 경우가 많다. 일본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일본 군국주의 정부는 전쟁에서 졌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 공장을 지어 생산도 하고 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정치, 군사적인 측면에서 경제적인 측면으로 방향만 옮겼을 뿐 아시아를 정복하려는 목적은 버리지 않고 있다. 이는 공존의 자세가 아니다. 함께 잘 살려면 자세를 바꿔야 한다. 남의 떡을 차지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대신 파이를 키워 이를 나눠가질 생각을 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는 일본과 다른 방식으로 성공해왔다. 싱가포르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진 국가로 성장한데는 몇가지 요인들이 있다. 과거 영국은 싱가포르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여러 인종을 데려와 싱가포르 국민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고향을 떠나 싱가포르에 온 사람들은 성공에 대한 열망이 어느 나라보다 더 강했다. 이런 상태에서 공정한 룰이 만들어져 잘 지켜졌다. 상대방에게 폭력을 써서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일은 없었다. 그랬다면 싱가포르와 같은 사회는 곧 무너져 버렸을 것이다. 이와함께 독립후의 사정도 다른 아시아국가들과는 달랐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근 국가들을 보면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 예술을 물려받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영국으로부터 법에 의한 지배, 공정한 정부기관,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치조직 등을 유산으로 받았다. 이런 바탕은 싱가포르가 정치경제적으로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되었다. 이런 유산속에서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대신 싱가포르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봉급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주고 있다. 장관은 1년에 45만 달러를 받는데 이는 미국 대통령 연봉의 2배에 가깝다. 싱가포르의 공무원 임금정책은 공무원들이 부정행위를 할 필요가 없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세계에 들어 오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정부는 장관의 연봉이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같은 연배 사람들 소득의 70%이상은 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이런 현실적인 이니셔티브가 없이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힘들다. 싱가포르 성공의 원인을 하나 더 들라면 "에어컨"을 꼽을 수 있다. 에어컨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중요한 생필품중 하나다. 에어컨은 싱가포르와 같은 더운 나라의 높은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해줬다. 에어컨이 없다고 하자. 그러면 일하는 시간은 새벽시간이나 저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총리가 되자마자 에어컨을 모든 공공빌딩에 설치했다. 아시아는 최근 혹독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와관련, 싱가포르와 같은 소국은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방식이 달라야 한다.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헤지펀드 같은 거대 금융자본세력들에 대항하기가 힘들다. 또 이에 대항할 만한 유능한 은행원들과 관리자들을 키우려면 1~2세대는 걸릴 것이다. 그동안 헤지펀드와 같은 자본세력이 밀려와 나라전체를 짓밟을 수 있다. 따라서 이들 헤지펀드에 대항해 무리하게 외화를 낭비하기보다는 모른척하고피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헤지펀드의 모국인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냉전후 미국은 자유로운 자본이동에 관한 열렬한 전도사가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미국은 각국의 역사적 배경과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또 미국인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면 그렇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국가간 자본이동에는 통제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미국 재무부와 IMF가 있다지만 이들은 자본흐름의 허점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유로운 자본시장은 금융시스템이 발달한 여유있는 국가들에나 적합한시스템이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돈의 흐름을 규제없이 방관하게 한다면 매우 위험한 처지에 빠질 것이다. 중국이 좋은 예다. 중국정부는 자본 통제하에서도 교역액을 늘리면서 경제를 잘 꾸려가고 있다. 이는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성공하느냐의 문제를 금융시장의 개방여부와 연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은 앞으로 10~15년후쯤 자유로운 자본의 흐름을 허용할 만한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는 부실 금융기관을 처리하는등 자유로운 자본시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LA타임스신디케이트 본사 독점전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