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빠진 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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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어휘는 아마 "4대" 구조개혁일 것이다. 금융.기업.공공.노사부문의 개혁을 지칭하는 용어다. 강연회에서건 토론회에서건 강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4대" 개혁을 강조한다. 묵은 취재수첩을 뒤져보니 기자가 들은 것만도 23번이나 된다. 이런 확고한 의지는 2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유감없이 투영됐다. 정부는 구조개혁 경기회복세 지속 생산적 복지제도 확립 지식기반 경제사회의 구축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물었더니 강 장관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답했다. "최우선 과제는 구조개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을 들여다보다가 기자는 의문을 갖게 됐다. 4대 개혁이 어느샌가 "2대" 개혁으로 변질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구조개혁 관련 정책에서 공공부문개혁과 노사개혁은 쏙 빠졌기 때문이다. 금융구조개혁과 기업구조개혁만이 강조됐다. 다시 취재수첩을 들춰보니 재경부 실무진이 하반기 정책방향을 "수립할 때"는 분명히 공공부문개혁과 노사개혁도 들어있었다. 공공부문에서는 담배인삼공사 한국중공업 한전 등의 민영화가 주요 과제였다. 노사개혁의 과제로는 임금체계 개선, 성과급 확대실시 등이 적혀 있다. 실무자에게 공공부문과 노사부문이 빠지게 된 사연을 물어봤다. "두 부문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간의 논의가 필요한데다 앞으로 노사정 위원회에서 다뤄질 문제여서 빠진 것같다"는 대답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석연치 않다. 그보다는 조폐공사 파업유도설로 잔뜩 악화된 노정관계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게 기자의 "후각"이다. 사용자측이 배제된 채 이루어진 노정합의 등 최근의 정황이 그런 낌새를 느끼게 한다. 만약 이런 후각이 맞는 것이라면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정치적 고려로 유보하거나 후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근로자의 신분이지만 정치적 이유때문에 공공부문 개혁이나 노사개혁을 지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마키아벨리가 남긴 명언중에 "여론을 존중하되 두려워하지 말라"는 게 있다. 한국정부의 경제팀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