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20세기를 이끈 경제학자들) 케네스 애로우 <3>

애로우는 1972년 일반균형이론에 대한 공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일반균형이론은 이론경제학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로우의 보다 독창적인 업적은 사회선택이론분야를 개척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애로우는 1948년 박사학위과정중에 시카고 대학의 코울즈연구소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와 같은 성격의 랜드연구소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는데 그때 얻은 아이디어가 사회선택이론을 탄생시켰다. 당시 그는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에 흥미를 가지고 다수결원칙을 연구했다. 다수결원칙이 민주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그것이 이미 투표의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것임을 알고 실망했다. 마침 그때 랜드연구소에서 연구과제 하나가 주어진 것이 행운이었다. 당시 연구소에서는 미국 소련 유럽 등이 서로 전략적으로 경쟁을 하는 수학모형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과연 미국의 이익이라는 것이 미국시민 개개인의 이익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애로우는 개인의 견해를 집약하는 방법으로서 다수결원칙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검토했다. 그는 어느 것도 몇개의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고 삼주일만에 한 편의 논문을 완성시켰다. 이것이 그 유명한 애로우 불가능성정리다. 당시 이 논문에서 애로우가 민주적인 의사결정은 불가능하고 독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소문이 나돌만큼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애로우의 정리는 사실 독재의 불가피성을 보인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사회적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절차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가 그때까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앞으로 연구의 출발점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있다. 애로우의 충격적인 결과에 대해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정치학자 철학자 사회학자들도 관심을 갖고 이러한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하나의 학제적인 연구분야로 발전했다. 이것이 사회선택이론이다. 개인의 의견들이 집약되어 사회적, 혹은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절차를연구하는 사회선택이론은 사회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모든 분야에 걸친 학제적인 이론이다. 지금까지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는 주로 정치학자들의 관심영역이었다. 애로우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했다. 사회선택이론은 이미 정치학 도덕철학 등에서 연구되어 온 문제, 즉 바람직한 사회란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경제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분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경제학적인 방법론이 다른 사회과학분야에 응용되는 이러한 경향은 최근에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혹자는 이것을 경제학의 제국주의라고 비판하며 경계하기도 한다. 정부의 의사결정절차에 대해 연구하는 공공선택이론도 사회선택이론의 한 응용분야라 할 수있다. 사회선택이론은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의 연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애로우 이후 사회선택이론은 발전을 거듭했고 작년에 아마르티아 센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서 그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애로우는 사회선택이론에 관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다시 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