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이버] e-비즈 : (파이어니어) 권문구 <LG전선 부회장>

LG트윈타워 동관 7층. LG전선(www.lgcable.co.kr) 권문구(57) 부회장의 책상 위엔 늘 컴퓨터 관련 서적이 수북이 쌓여 있다. 컴퓨터를 이용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직접 찾아보기 위해서다. 최고경영자(CEO)라면 사원들을 시켜 해결하기 십상일텐데 권 부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입니다. 아랫사람을 시켜 정보를 구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됩니다. 관련된 다른 정보가 필요하면 또다시 시켜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요" 권 부회장이 이처럼 스스로 정보 활용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정보분야에서오랜 경험을 쌓은 데 따른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일찍 컴퓨터분야에 관련된 일을 해온 CEO로 꼽힌다.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70년대 중반. 국내에서 겨우 대기업들이 컴퓨터를 들여놓기 시작하던 때였다. 당시 관리부장이던 그는 사내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컴퓨터 관련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였던 만큼 단순한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떤 제품을 들여다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공급업체 말을 들어보면 모두 그럴 듯했다. 할 수 없이 스스로 책을 펼쳐들고 컴퓨터 공부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계속해 컴퓨터에 관심을 가져 "20년 경력의 컴퓨터 베테랑"이 됐다. 요즘 권 부회장의 하루는 컴퓨터와 함께 시작된다. 매일 오전 7시30분 그는 사이버공간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권 부회장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선의 원자재인 비철금속의 시세와 재고량, 그리고 시장전망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자주 찾는 곳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홈페이지다. 웹서핑을 마치고 나면 사내 정보망에 접속해 회사 경영상황을 점검한다. 매출 수주량 자금상황 등을 세심하게 확인한다. 컴퓨터를 통해 경영정보를 확인하게 된 것도 정보화에 대한 그의 남다른 생각 때문이다. 인터넷이 국내에 소개될 무렵인 94년 당시 LG전선의 사장이었던 권 부회장은사내 정보인프라를 구축했다. "인터넷은 새로운 개념의 공간입니다. 지식의 공유와 확산을 위해서뿐 아니라 지식창출의 공간으로 활용돼야 합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여럿이 공유해 활용하다 보면 새로운 지식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권 부회장이 사이버공간에서 하는 일들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사원들과의 의사소통이다. 그는 평소 인력자원이 회사 전체의 비전이나 경영전략과 관련,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원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사내 정보망에 올라온 글을 읽는다. 젊은 사원들의 고민이나 결혼소식 등에서 사내 각종 행사에 이르기까지 사내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소식을 아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해당 사원에게 직접 조언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신입사원이 처음으로 수출을 성사시켰다는 글을 읽고 격려전화를 해주기도 했다. 칭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내 정보망에 올라온 데이터가 틀린 것을 발견하면 엄하게 질책한다. 이런 자상함과 꼼꼼함 때문에 조직 전체 분위기도 좋아졌다. 회사 임원들과도 지식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능숙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인터넷상의 외국정보를 쉽게 소화하는 그는 최신 경제동향이나 경영기법 관련 자료를 접하게 되면 반드시 임원들에게 나누어 준다. 권 부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66년 금성사에 입사했다. 이후 회사가 금성전선으로 분리됐고 그는 업무부장 상무이사 등을 거쳐 85년부터는 그룹 회장실에서 상무 전무 부사장을 맡았다. 권 부회장이 LG전선으로 돌아온 것은 92년. 올 1월부터는 대표이사 겸 부회장으로서 회사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회사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마인드라고 강조한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이므로 이를 무시한 경영전략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회사경영에 인터넷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