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균의 '잔디 이야기'] '과수원/골프장의 농약'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싱싱한 과일을 구할 수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사과 역시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30대 중반 이전 세대들은 아마 추석을 전후하여 나무궤짝 속에 가득 든 쌀겨속에서 보물을 찾듯 사과를 꺼내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보통 맨 위에는 크고 잘생긴 사과들이 놓여져 있고 쌀겨 속으로 들어가면예외없이 벌레 먹거나 병들어 썩은 사과들이 수북이 나오곤 하여 어린마음을 실망시키곤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도 사과를 한 상자 사려면 언제나 맨 밑바닥에 있는 사과를 꼭 꺼내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곤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즘은 정말 모든 사과가 다 크고 맛있고 벌레 먹거나 병든사과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농기술의 발전!" 그 외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영농기술의 발전이 농약의 발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있어서는 우리 모두 매우 인색한 것 같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서 보도되는 골프장내 농약사용 관련 기사를 보면 고독성, 맹독성 농약사용이란 표현과 함께 마치 엄청난 독극물이 뿌려지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면 정말 골프장에 그토록 많은 농약이 뿌려지고 있을까? 96년도 농촌진흥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농약의 평균 사용양은 7.9g/평방m 으로 골프장의 1.03g/평방m 보다 약7.7배 많은 양이다. 사과 재배면적이 5만76ha 이고 골프장 총 면적은 1만1천5백48ha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과 재배지에서만 골프장보다 약 33배 농약을 더 사용하고 있다는 셈. 과수원 농약이 양적으로는 많은지 모르나 골프장 쪽이 더 독성이 강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농약은 국가에서 고시한 품목만은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골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은 83종인 반면 사과 과수원에서 사용하도록허가된 품목은 무려 377종. 골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품목중 고독성및 보통독성의 농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0%와 12.7%인데 반하여 사과에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의 경우 각각 3.2%와 17.7%로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농약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최소한 "골프장=농약 과다사용지역"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든 인체에 유해한 농약은 그 사용 품목의 독성이나 사용량에 관계없이 최소화해야 한다. 골프코스 관리자들도 최대한 농약사용을 억제하는 잔디 관리방법을 정립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안양베네스트 GC의 경우 농약의 사용량을 줄여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화학적 농약을 대체할 미생물농약과 무공해 천연물질을 이용한 농약을 개발하여 이미 현장에 적용하고 있고, 곧 상품화시켜 보다 많은 골프장과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마무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