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열전'] (3) '영향력 확대' .. 시장개방압력 등

주한 외국경제단체 및 외국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꽉 막혀있던 외국기업들의 언로가 활짝 열리고 있다. 시장개방압력의 수위는 어느 때보다 높다. 외자유치에 목을 메야하는 정부로서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이를 기회삼아 외국단체 및 기업들은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연례보고서는 달라진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한국 행정부에 대한 촉구정도에 그쳤다. 올해는 달랐다. "한국정부가 미국차 수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취할 때는 사전에 미국정부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EU상의도 마찬가지. 과거 자동차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던 것과는 달리 세제 금융제도는 물론 방송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한 일본기업들의 친목단체인 서울저팬클럽(SJC)도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정부에 제도개혁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내는가 하면 각종 투자및 무역의 검림돌을 제거해달라며 목청을 돋우고 있다. 미국이나 EU상의에 비해 그동안 거의 제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SJC가 공개적으로 대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개별기업들도 자신들의 몫을 챙기고 있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경영자 친목단체였던 인터내셔널 파머서티컬 그룹(IPG)을 사단법인으로 승격시켰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제약협회가 한국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외국기업과 이해가 충돌될 때마다 한국기업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불만이 표출된 탓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목소리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변화의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권익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MCHAM은 올 연말까지 회원사들과 공동으로 10억~20억원 규모의 실업기금을 조성, 한국내 실업자 지원사업에 쓸 예정이다. 오는 9~10월에는 실업자구제를 위한 대규모 자선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 영업.마케팅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한국 정부 및 기업들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외국경제단체와의 대화를 정례화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기 시작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매분기 한차례씩 AMCHAM EU상의 등 외국경제단체와 정기적 모임을 갖고 있다. 그동안 양측사이에 놓여있던 높은 장벽을 허물고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전경련도 최근 볼보 3M 코카콜라 등 10여개 외국기업을 정식 회원으로 맞아들이는 등 문호를 개방했다. 지난 80년말 가입한 한국IBM이 유일한 외국기업 회원사였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전경련과 외국경제단체는 심지어 정부를 향해 규제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며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비판론도 없지 않다. 외국경제단체들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무차별적인 시장개방 압력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외국기업이면 무조건 "칙사" 대접을 한다는 국내 기업인들의 볼멘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