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에세이) '보편적 지부사회 건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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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환 [ 도서명 : ''보편적 지부사회 건설을 위해''(The Stakeholder Society) by Bruce Ackerman & Anne Alstott, Yale University, Press, New Haven, 1999년 ] ----------------------------------------------------------------------- 80년대말 자유시장경제체제는 사회주의체제와의 70여년간에 걸친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 자본주의체제는 다시 영.미식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 독.일식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간의 우월성 경쟁을 계속했다. 아직은 전자가 장기호황과 기술주도의 신경제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체제로 검증되고 있다. 그러나 주주자본주의의 대성공도 모든 국민에게 후생증대 감각을 부여하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성공이 불평등을 누적시켰기 때문이다. 1979년 이후 미국 소득 증가분의 97%가 상위 20% 소득계층에 돌아갔다. 빈곤층은 더욱 가난해지고 중산층은 악화정도가 작을 뿐 현저히 엷어졌다. 더구나 미국 국부의 40%는 25년전보다 18%포인트나 낮은 상위 1% 계층이소유하게 되었다.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인이 기본 가치로 인식해 온 인격과 최소 욕구충족 보장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자유와 기회균등에 대한 긍지도 약화되었다. 사실 호황이 장래의 기대를 보장하면 현재의 불평등은 충분히 감내.수용할수가 있다. 그러나 기대가 사라지면 갈등은 증폭되고 위기가 현재화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미국 예일대학의 두 법학자가 새로운 사회설계를 구상하는 지혜를 발동했다. "보편적 지부사회 건설을 위해(The Stakeholder Society)" (by Bruce Ackerman & Anne Alstott, Yale University, Press, New Haven, 1999년)가그것이다. 이 책은 서론 및 제1부 기본제안을 포함하여 전체 3부로 구성되고 2장 지분소유 시민 등 전 11장으로 쓰여졌다. 이들 구성은 인간본성의 이해에서 출발한다. 대부분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을 자기 무능이 아니고 배경의 불비,즉 남의 탓이라고 인식한다. 반대로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은 자기역량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믿는다. 저자들은 이런 인성의 2중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유의지론과 복지론자의 천부적 기회균등론에 기초한 급진적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각국 청년들이 장래설계에서 부딪치는 장애중 첫째는 상속재산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기초재원 부족이다. 두 번째는 교육기회의 상실과 사회적 불평등이라고 인식한다.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 시민으로서 고등학교 졸업자가 만21세에 달하면 4년간의 대학 등록금에 해당하는 8만 달러 지분(stake)을 제공할 것을제안한다. 이 지분 소유자는 자유롭게 대학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거나 주식투자를 하는등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기회 불균등과 사회적 불평등을 탓할 수 없는 대신 성패의 책임이개인에게 귀속된다. 그래서 형평을 저해하는 시장경제체제의 모순도 극복될 수 있다. 물론 개인에게 지급되는 8만 달러 상당 지분제공의 재원은 전 미국 국부의 2% 부유세로 충당하고, 21세때 받은 지분은 생애중 적정 이자를 포함해서 상환해야 한다. 이 제3의 길은 아직 실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런 급진적인 실질적 기회균등지향성 균부정책은 보수주의자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된다. 언제나 혁신과 개혁은 끊임없는 세계사 역동성의 원천이지만 기득권익 계층과 새 계층간의 권익교환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위대한 사회건설을 위해서 끊임없이 혁신과 개혁을 설계하고 실험해 왔다. 결과는 진화적 발전을 수반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대실패의 역사 속으로사라졌다. 이들 저자의 급진사상에 바탕을 둔 사회건설 구상도 또 하나의 이상에 머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그러나 우리처럼 외환위기 이후 축소된 중산층을 복원하고 잔인한 경쟁세계에서 명백하게 갈라지는 계층간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안 마련의 단서는 제공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저자들의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