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한국 떠난다'..경쟁심화/수익성 악화 이유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제약회사들이 직접생산을 대폭 줄이고 국내 제약회사에 위탁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중 상당수가 자체 공장시설을 매각하거나 폐쇄할 계획이다. 바이엘코리아 의약품사업부는 현재 부지를 임대해 쓰고있는 경기도 구리시도농동 공장의 임대계약기간(9월)이 끝나면 한국내 생산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국내시판중인 12개 품목중 자체생산중인 6개 품목을 한독약품 한국썰 등 다른 제약회사에 맡겨 위탁생산하거나 아시아 생산전진기지인 태국에서 생산해 들여올 계획이다.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둔화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경쟁심화, 문란한 유통구조,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훽스트마리온룻셀과 합병을 추진중인 롱프랑로라의 한국법인인 한국롱프랑로라도 노후된 안성공장을 폐쇄하고 위탁생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국훽스트마리온룻셀의 자매회사인 한독약품이 대행할 공산이 크다. 한국화이자도 국내 생산량을 연차적으로 줄이고 점차 위탁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다국적제약사로는 유일하게 전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온 이 회사는 주사제항생제 등 특수제제부터 위탁생산할 방침이다. 이밖에 한국로슈도 위탁생산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들이 위탁생산하는 물량은 일부 국내 업제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충남 천안에 대단위 생산공장을 준공한 종근당이 위탁물량 확보에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출감소로 생산시설에 여유가 있는 상아제약 삼성제약 신동방메딕스 한일약품 등도 위탁생산 유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회사는 본국의 생산물량이 풍부한데다 동남아에 아시아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굳이 한국에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법령을 개정해 조만간 위.수탁생산을 전면 허용하면 이를 이용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인해 국내 제약시장의 판도도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행 법에는 제약사는 반드시 생산공장을 갖춰야 하고 주사제 항생제 등의특수제제만 위탁생산을 허용하고 있다. 기존제품을 다른 회사에 위탁생산하려면 다시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위.수탁생산을 억제하는 조항이 많이 남아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