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세기 프런티어) '김정한 박사'

"하드웨어 산업이 발전했던 20세기의 기본 언어가 물리학과 공학이었다면 소프트웨어가 핵심이 될 21세기 정보통신산업에서는 수학이 기본언어가 될 것입니다" 99 세계한민족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김정한(36.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이론그룹 선임연구원) 박사는 수학의 중요성을 이처럼 강조했다. 김 박사는 연세대 물리학과를 나와 93년 미 뉴저지주 러트거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AT&T 벨연구소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벨연구소 연구원 시절 쓴 "램지 수(Ramsey Number)" 논문은 그에게 수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풀커슨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1935년 수학자 에르도시와 세커레시의 논문을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된 "램지 수" 이론은 큰집단에서 동질한 성질을 갖는 작은 집단을 구하는 방법의 오차를 줄이는 것. 김 박사는 이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안해 냈다. 김 박사는 프린스턴대학에서 강의하다 97년 MS사의 기초수학연구를 위한 이론그룹에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스카우트됐다. "MS는 21세기 소프트웨어 산업은 수학이 기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기초수학 전문가를 대거 선발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프로그램 개발에 관련된 일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도록 철저한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앞서가는 기업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김 박사는 수학이 오늘날 정보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컴퓨터에서 널리 쓰이는 암호를 수학적 방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음성인식,영상인식 등의 난제에도 수학적 방법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관에 의해 풀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은 컴퓨터가 다 해결해 주었습니다.그러나 아주 고난도의 어려운 문제들은 직관에다가 수학적 체계에 의한 논리적 접근을 결합시켜 풀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이같은원리를 이용한 것이죠" 김 박사는 수학을 잘 할수 있는 비결에 대해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손으로 써볼 것을 권하고 싶다"면서 "손으로 계속 쓰는 과정을 통해 수학적 방법이 머리속에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정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학교육의 기본 목표는 논리적 사고를 키워 주는 것입니다. 고등학교때까지 중시되던 수학교육이 단순히 대학입학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수단에 그쳐 대학에서 소홀이 이뤄지고 있는게 안타깝습니다" 김 박사는 앞으로 연구분야를 신경망 네트워크(Neural Network)나 암호론 등으로 넓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