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이버] e-비즈 : (이 사이트) '케이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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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드라이브를 6기가급으로 바꾸려고 마음먹은 대학생 김군은 용산전자상가를 둘러보고 고민에 빠졌다. IBM 퀀텀 맥스터 등 제품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선뜻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나에 20만~30만원하는 값비싼 제품을 상점주인들 말만 믿고 쉽게 살 수는 없었다. 주저하던 김군은 파워유저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친구는 케이벤치(www.kbench.com)를 소개해 줬다. 김군은 케이벤치에 들러 하드드라이브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검색한 후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케이벤치는 하드웨어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하드웨어정보의 보물창고". 케이벤치가 자랑하는 "마우스 포테이토"에는 이 회사에서 직접 제품을 테스트하고 난 후에 정리한 리뷰, 벤치마크 등이 실려있다. "유저포럼"에는 네티즌들이 부품을 사용한 소감이 매일 2백~3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부수기"에서는 컴퓨터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하드웨어 기초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국내외 컴퓨터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톱뉴스"코너도 있다. 정보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수량의 신제품을 20~30%의 싼 가격에 공동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풍부한 콘텐츠와 서비스 덕으로 지난해 9월 문을 연 케이벤치의 하루방문객이 지난 5월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1천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방문객이 10배나 늘은 셈이다. 컴퓨터 마니아를 대상으로 타깃광고를 하기 때문에 배너광고만으로 월1천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드웨어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케이벤치의 김일기(44) 사장은 8년 전만 해도 C드라이브를 실수로 날려버리던 컴맹이었다. 그는 30대 중반에 동생의 권유로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컴퓨터의 "컴"자도 몰랐던 그는 동생의 도움으로 하이텔OS(오퍼레이팅 시스템)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컴퓨터에 조금씩 눈뜨기 시작했다. 나이 어린 컴퓨터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실력이 차츰차츰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중요한 파일을 지워 운용체계를 망가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많이 했다. "실수를 힘겹게 수습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컴퓨터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접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열심히 활동한 덕분으로 97년 OS동호회 대표시솝으로 선출되기도 했던 김 사장은 지난해 가슴 속에 품었던 오랜 바람을 직접 실현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근무하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통신을 통해 알았던 후배 2명과 코리아벤치마크를 설립한 것이다. 케이벤치의 벤치마킹 대상은 미국의 톰스하드웨어(www.tomshardware.com). 톰스하드웨어에서는 일찍부터 하드웨어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주로 미국에서 많이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한국의 네티즌들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케이벤치는 이점을 개선해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서만 정보를 제공했다. 네티즌의 소리를 듣는 "유저포럼"도 새롭게 만들었다. 김 사장의 노력은 곧 커다란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케이벤치의 진가가 서서히 알려지면서 방문객수가 늘어났을뿐 아니라 제품을직접 들고와 테스트를 의뢰하는 업체가 많이 생긴 것이다. 어떤 회사는 제품을 수입하기 전에 테스트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시제품을 가져와 개선할 점을 묻는 업체도 있었다.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 한국에 많은 제품을 수출하는 대만컴퓨터업체도 케이벤치를 사겠다는 의사를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은 좀 더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인수제의를 거부했다. 다른 컴퓨터업체가 인수하면 그 회사의 영향을 받아 제품 테스트의 신뢰성을잃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었다. 김 사장은 10월에 열 사이버쇼핑몰 운영도 다른 업체에 맡기려고 한다. 하드웨어에 대한 더 나은 정보를 전하는데 힘을 쏟고 싶기 때문이다. 케이벤치에서 자금이 필요하다면 컴퓨터사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일 생각이다. "제 꿈은 케이벤치를 국내외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는 연구소로 만드는 것입니다" 컴퓨터에 대한 열정을 가득 안고 있는 김 사장의 눈은 이미 저만큼 앞을 바라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