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확률이야기) '모집단과 표본'

전체가 아닌 일부 표본을 조사하는 것은 결코 최근에 개발된 기법이 아니다. 아마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 인류가 물물교환을 할 때 짐승가죽을 쌀과 바꾸려던 우리의 조상은 그 쌀이 오래되거나 변질된 것은 아닌지 우선 한줌을 쥐어 냄새도 맡아보고 몇 알 씹어도 보았을 것이다. 바로 표본조사를 한 것이다.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어머니는 간이 맞는지를 알아보려고 한 숱갈을 퍼서맛을 본 뒤 그 맛에 따라 계속 간을 맞춘다. 김치를 담그는 사람은 절인 배추를 양념과 함께 버무린 뒤 배추잎 조각을 한점 떼어서 간과 맛을 본다. 그리고 나서 그 맛에 따라 양념을 더 넣을 것인지를 판단한다. 비록 아주 과학적인 조사는 아니더라도 이처럼 우리의 생활속에 표본조사는오래 전부터 가깝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표본조사의 목적은 특정 모집단의 특성(모여있는 정도나 흩어진 정도, 즉 평균이나 표준편차)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모집단이란 연구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다. 이 정보를 얻기 위해 모집단을 일일이 전부다 조사하는 방법을 전수조사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와 주택을 조사하기 위해 5년마다 한번씩 하는 인구.주택조사가 대표적인 전수조사의 예다. 그러나 전수조사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어떤 경우에는 모집단이 무한히 많아 모두 조사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한 전구, 타이어, 가전제품 등과 같이 성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품이파괴되는 경우에도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모집단의 일부를 뽑아서 이 표본에만 대해 특성을 조사한 뒤 이를 근거로 모집단의 특성을 추정하는 방법, 즉 표본조사를 사용한다. 표본조사는 적절하게 할 경우 전수조사보다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큰 항아리에 가득 들어 있는 콩의 수를 센다고 할 때 전수조사를서너번 하더라도 세는 작업의 단조로움 때문에 에러가 생겨 셀 때마다 그 수에 차이가 나게 된다. 차라리 항아리에서 한 그릇의 콩을 퍼내서 그 그릇 안의 콩을 정확히 센 뒤항아리 속에 몇 그릇이 들어가는가를 감안해 전체 콩의 수를 추정하는 것이쉽고 빠르고 정확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진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