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JP의 내각제 본심은?

김종필(JP) 총리는 며칠전부터 "치통"을 앓고 있다. 치과치료를 받다가 생니를 잘못 건드려 치통이 발병한 것이다. 지난 15일 오후 일본에서 귀국한 박태준 총재를 만나기전에도 치과를 다녀와야 할 정도로 치통이 악화되고 있었다. 실제 얼굴도 몹시 부어있었다. "자꾸 언론때문에 복잡해지고 의원도 복잡하게 한다". 평소 말을 무척 아끼기로 유명한 JP가 기자들이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한마디 하겠다"며 꺼낸 말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JP의 심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JP는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 입장으로 자신이 선회했다는 언론보도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왜 작문들 하고 그래" "마음대로 지껄이지마" "자꾸 뛰어넘지마". 이런 말들을 접하면 JP는 전혀 내각제개헌 문제에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과 아무런 얘기한 적도 없다"고 벌컥벌컥 화를 낸다. 그러나 자민련 의원들은 JP가 완전히 내각제 연내 개헌을 유보한다는 심정을굳힌 것으로 단정한다. "내각제 개헌 유보" 보도가 나간 14일 밤 충청권 출신 의원 18명이 집단적으로 "내각제 연내 개헌 관철"을 결의했다. 또 당 중진의 한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나이든 사람들처럼 이랬다 저랬다하는 사람을 따라 다녀서는 안된다"고 JP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16일에는 JP의 "복심"이던 김용환 수석부총재 마저 당직사표를 던졌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계산된 술수"인지 "망가진 복안"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JP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각제개헌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그 말속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사실상 개헌을 하려면 3분의 2의 의석수가 필요한 현실을 무시한채 무리하게 내각제 연내 개헌 약속만을 부르짖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기인하고 있다. 또 자칫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비롯됐다는게 정설이다. JP는 김 대통령과 합의를 했든 안했든 이런 상황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을게다. 그래서 JP는 부인하고 있지만 연내 개헌 유보로 마음을 정리한지 오래라는게 중론이다. 지금은 개헌 유보로의 입장 변화가 생니를 건드린 것처럼 ''정치적 치통''을야기하고 있지만 일과성에 그칠 것이라는게 JP의 본심을 천착하는 사람들의대체적인 시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