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미국이 강한 또 다른 이유

"우리는 왕자를 잃었다" 미국인들이 존 F 케네디 2세의 실종을 두고 하는 얘기다. 물론 미국에 군왕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부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비명에간 이후, 케네디 2세는 미국인들 가슴속에 살아있는 왕자와 같은 존재였다. 특히 부친의 싸늘한 시신이 담긴 관을 향해 경례를 하는 당시 세살짜리 케네디 2세의 모습은 미국인과 모든 지구촌인들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잔상이다. 부친이 집무하고 있는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장난기 어린 얼굴을 책상밖으로 내미는 모습의 케네디 2세로부터 미국인들은 영국왕실의 천진난만한왕자를 연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명문 브라운대에 들어갔을 때 모든 미국인들은 몰라보게 자라 성인으로 탈바꿈한 그를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파파라치의 추적거리였지만 그와 그의 가족에게 부여된 명예에 손상이 가는 이미지를 남기지 않은 비교적 맑고 깨끗한 귀족적청년이었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평가다. 그런 그가 밤 비행 도중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CBS ABC 등 모든 방송들은 일제히 정규방송을 취소한 것은 물론 휴일인 토요일을 즐기고있던 댄 래더(CBS) 피터 제닝스(ABC) 등 메인 앵커들을 불러들여 수색작업의진척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세세히 보도하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인들의 깊은 애정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많은 방송들은 그가 일반 보통 미국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안경비대와 해군의 헬기 등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같은 과정은 어떤 미국인이 실종되어도 똑같이 주어지는 혜택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케네디 2세가 특수신분의 시민이라서 무언가 다른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특혜시비를 경계한 설명이었다. 사사로운 애정과 미국민에게 부여되는 혜택의 공정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케네디 2세가 모든 사람의 관심대상 인물이기 때문에 언론이 보다 밀착취재를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다른 대접을 받고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사회가 건강하고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