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20세기를 이끈 경제학자들) 파레토 <2>

박명호 파레토는 경제학자로서 "경제학강독", "경제학매뉴얼" 등의 저서, 그리고 수리경제학 등의 논문을 남겼다. 이 중에서 파레토의 이론적 기여를 가장 뚜렷이 부각시킨 저작은 "경제학매뉴얼"이다. 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경제학매뉴얼"은 9개의 장과 수학 부록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140쪽에 달하는 수학 부록은 파레토의 경제학 이론과 관련돼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파레토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리게 된 경제적 최적에 대한 정의 역시 수학 부록에서 이뤄졌다. 그러면 파레토의 주저작이라 할 수 있는 "경제학매뉴얼"을 중심으로 그의 경제이론에 대한 기여를 살펴보자. 파레토는 자신의 "경제학매뉴얼" 7장에서 흔히 파레토법칙이라고 불리는 소득분배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일정한 소득수준 X이하를 버는 사람의 수가 X이상을 버는 사람의 수보다 줄어들면 소득비율의 불평등은 감소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해 당시의 데이타를 갖고 소득분포상태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소득분포를 나타내는 계수가 일정한 범주내에 있음을 알게 됐는데 이를 후세 경제학자들은 파레토법칙이라 부르게 됐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파레토법칙은 상위 20%의 소득분배에 대해서는 경험적으로 만족스런 경과를 보여주나 하위계층의 소득분배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파레토는 수학 부록에서 효용의 측량이 불가능하더라도 선호에 대한 순서 개념만 있으면 수요이론의 주요 명제뿐만 아니라 균형의 도출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기존의 효용개념(utility)이 측정 가능함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수적 개념의 효용을 그리스 어원의 효용을 나타내는 ophelimite라고 명명했다. 파레토의 효용이론은 30년이 지난 후 힉스에 의해 영어권에 소개됨으로써 그 이후 널리 알려지게 됐다. 파레토는 왈라스에 이어 미시경제학의 이론적 기초를 누구보다도 충실하게 제공한 경제학자이다. 파레토는 왈라스와 마찬가지로 논리적 경제행위를 근거로 하는 균형이론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지만 왈라스와는 달리 이러한 균형이론을 갖고 실제 거시 경제현상 및 사회문제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수학과 통계이론에 해박한 파레토는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통계적 방법에 주로 의존하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판단으로도 그의 시도는 완성도에서매우 뒤떨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틀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경제인(호모에코노미쿠스)의 논리적 행위를 주안점으로 하는 순수경제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경제이론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학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실제로 그의 말년에는 사회학 저술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