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정점에 선 미국 금융시장

[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미국 금융시장의 "축제"는 얼마나 더 계속될까. 다우존스와 나스닥, S&P500 등 대표적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이고 채권 시장은 전세계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금 미 금융시장은 온통 축제분위기다. 그러나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 미 금융시장은 현재 거의 정점에 와있다. 이 때문에 멀지않아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재정수지가 만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섬으로써 앞으로 국채시장 규모는 위축될 게 거의 확실하다. 또 기업들의 변칙적인 경영실적 통계 등에 힘입어 활황세를 구가하고 있는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좋은 실적"이 알맹이가 없는 사상누각인 것으로 드러나면 일시에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시장은 연방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발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의 재정수지는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재정흑자는 앞으로 10년간 1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클린턴 대통령도 오는 2015년께면 정부부채를 완전히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장담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채권시장 규모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채권 거래인들의 장래가 반드시 어두운 것은 아니다. 재정흑자는 "마술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원래 선심 쓰기를 좋아하는 부류다. 벌써부터 정치인들은 감세안을 내놓는등 흑자시대를 즐기느라 야단이다. 최근 공화당의원들이 획기적인 감세안을 내놓은 것은 확실히 채권거래인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는 흑자폭이 크지 않고 흑자기간도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주식시장은 어떤가. 채권시장이 아직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주식시장은 막바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미 증시는 지금 매우 심각한 유통물량 고갈현상을 겪고 있다. 인기절정의 인터넷 주식들이 잇따라 상장되고는 있지만 그 물량은 많지 않다. 주식물량 고갈의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찾기도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매년 총주식의 약 2%를 재매입하고 있는 탓이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50년 후엔 미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물량은 지금의 3분의2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가능성은 적지만 1백년후까지 기업들이 신규발행은 하지않고 자사주 매입만계속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재원조달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왜 기업들은 자사주를 재매입하고 있는 것일까. 주가가 연일 오르고 금리마저 상승할 조짐을 보이는 지금 상황에서는 주식을파는게 정상이다. 미 연준리(FRB)는 지난 6월30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데 이어 연내에 최소한 한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은 조정기를 거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번 금리인상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다우지수는 3% 상승했고 30년만기 재무증권값도 올라 수익률이 연 6.07%에서5.91%로 떨어졌다. 시장이 금리인상의 충격을 모두 흡수해버렸다. 이는 FRB가 시장을 진정시킬 필요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사주 재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일부에서는 "스톡옵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스톡옵션은 경영진들이 경영실적에 비례해서 받는 일종의 성과급으로 실적이좋으면 경영진들은 더 많은 스톡옵션을 보너스로 받는다. 기업의 경영실적을 나타내는 지표에는 주가수익률(PE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등이 있다. 그런데 수익개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들 지수의 분모인 발행 주식수가 변치않는다면 주가수익률이 높아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2.4분기 경영실적들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문제는 상당수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라는 편법을 사용, 증시를 인위적으로 띄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기업들은 주식회수 대금의 대부분을 저금리의 차입금으로 해결하고 있어 기업의 부채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개인들도 기업과 마찬가지다. 미국 가계의 부채증가율은 지난 95년 14%에서 작년에는 4%선으로 떨어졌으나최근 다시 급격한 증가세를 타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중 가계의 자본차입 규모는 전후 사상 최대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가계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주식투자에 쓰고 있다. 또 이같은 상황을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와 채권자(은행권)들은 수수방관하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은 정부와 채권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만약 저금리와 주식활황 등 여러 고리로 연결돼 있는 금융시장의 현 상황에서 어느 한 고리만 끊어져도 미국 경제는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국은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