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탈출이후 행적'] '거액강탈사건 전모'
입력
수정
탈옥수 신창원에게 2억9천만원을 빼앗긴 사람은 서울 강남에서 대형 예식장을 운영하는 김모(54)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은 이 집에 침입, 12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였으며 피해자는 신창원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검.경의 조사와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신창원은 지난 5월31일 오전 0시30분께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청담동 S빌라 김씨 집에 침입했다. 얼굴에 복면을 하고 등산용 배낭을 맨 신창원은 이 빌라의 4층 옥탑 다락방을 통해 들어갔다. 강남에서 대형 예식장을 경영하는 김씨 가족이 사는 이 빌라는 크기가 90평이나 되는 전형적인 호화주택이었다. 집 둘레에는 사방으로 안전경보기 20여개가 설치돼 있었으나 현관 입구나 뒷문을 통한 진출입이 자유로운 개방형 구조였다. 당시 집안에는 김씨와 김씨의 부인 차모(46)씨, 초등학생인 딸(13)과 갓 태어난 아들, 가정부 등 모두 5명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신은 김씨 부부가 자고 있던 아래층 안방으로 몰래 들어간 뒤 방안을 샅샅이 뒤져 장롱 안에서 5천만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0장과 현금 4천만원을 찾아냈다. 신은 김씨 가족들을 깨운 뒤 스스럼 없이 자신이 신창원이라고 밝힌 뒤 쇠사슬로 김씨 가족의 손과 발을 묶었다. 그리고는 "20억원이 필요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고 김씨는 "그만한 돈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은 "집값이 얼마나 나가느냐"고 물었고 김씨가 "7억~8억원 가량 된다"고 대답했다. 신은 혼잣말로 "그러면 재산이 70억~80억 정도는 되겠군"이라고 중얼거린 뒤 CD를 김씨 부부 앞에 던지면서 현금으로 바꿔오라고 요구했다. 신은 오전 9시께 김씨 등 3명을 인질로 잡고 김씨의 부인과 딸을 은행으로 보냈다. 약 2시간 뒤 김씨의 부인이 전화를 걸어 "2억5천만원은 현찰로 바꿨는데 나머지 2억5천만원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하자 신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3시간만인 낮 12시께 김씨의 부인이 CD 10장중 5장을 현금으로 바꿔 돌아오자 신은 이 돈과 집에서 나온 4천만원을 챙겨 나왔다. 김씨가 사업용으로 빌린 BMW 렌터카 뒷좌석에 돈가방을 넣고 김씨와 김씨의딸을 태운 채 약 4백m 정도를 갔다. 신은 이어 "데려가봤자 짐만 되겠다"며 혼자서 차에서 내린 뒤 인근에 세워둔 승용차에 돈을 옮겨실은 뒤 차를 몰고 그대로 달아났다. 김씨는 누구인가 =김씨는 J대학 약대를 졸업한 약사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도 약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호주와 캐나다에서 국제박람회 관련사업을 벌여 상당한 재력을 쌓았다. 김씨가 예식장업에 뛰어든 것은 90년대. 장인이 70년대부터 예식장을 운영해와 이에 동참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장병이 있는 부인 차씨는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가 머물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강남서 전현직 자문위원들을 일일이 조사해 청담동에 부인명의로 빌라를 가지고 있는 김씨를 찾아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