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식생활과 경제 .. 이종훈 <중앙대 총장>

우리는 미국을 아주 가까운 나라로 생각한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호주나 뉴질랜드는 아주 먼 나라쯤으로 여긴다. 얼마전 두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비행기로 9시간이면 갈수 있는 가까운 나라였다. 시차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아시아와 근접해 있어서 그런지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이민온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아시아와의 관계도 밀접해지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는 남극에 가까운 작은 섬나라로만 알았는데 면적이 남한의 3배에 달하는 작지 않은 나라였다. 뉴질랜드는 호주와는 달리 목축업이 발달한 초원국가다. 인구 3백30만명에 양떼 6천8백만마리, 소떼 7백만마리를 갖고 있다. 양모산업과 쇠고기산업은 세계적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이 모두 뉴질랜드로부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고기"가 아닌 "소"를 직접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식생활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쇠고기 요리가 기껏해야 비프스테이크나 샤부샤부 등이다. 종류도 많지 않고 아주 단순하다. 때문에 이들 나라의 경우 간편하게 냉동 쇠고기만 수입하면 된다. 반면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불고기에서부터 내장탕 갈비탕 꼬리곰탕 족탕 등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즐긴다. 단순히 쇠고기만 수입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피혁산업이 발달한 우리의 경우 소가죽은 원료로 사용하고 소 털은 붓을 만드는 데 쓴다. 하나도 버릴 게 없기 때문에 소를 직접 수입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소를 수입하는 만큼 고기를 들여오는 것보다 검역과 수송, 하역등에서 많은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높은 식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그만한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