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실기업 정리 원칙/방안 .. 신호주 <산업은행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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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실기업 정리를 둘러싼 논의가 분분하다. 수시로 불거지는 부실기업, 무엇이 문제이고 왜 이리 말썽이 많은지 일반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부실기업 문제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운명은 물론 금융시장과 국민경제 발전을 해치고 경제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부실기업 정리에는 이해가 엇갈리는 관계자가 많고 고통과 손실의 부담이 불가피해 복잡하고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부실기업 정리노력이 절실하다. 부실기업은 왜 생기나. 부실기업 발생의 주요 원인은 기업주의 부실경영과 금융기관의 부실대출에 있다. 아울러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부작용과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도 기인한다. 어느 나라나 시대를 막론하고 기업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기업이 부실화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도태되는 것이 필요하다. 왜 부실기업 정리는 필요한가. 부실기업은 원론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리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부실의 규모나 정도가 어느 정도를 넘어 방치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부실기업은 개별기업의 문제를 넘어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자원 낭비와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나아가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쳐 경제위기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나 저축대부조합, 일본의 은행, 증권회사 등을 공적자금으로 정상화시킨 바 있다. 심지어 미국 경제의 경쟁력 회복은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조기 정리한데 힘입은 반면 일본은 부실채권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견해조차 있다.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방안은 크게 다음의 세가지 방안이 있다. 먼저 계속적인 금융지원으로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다. 기업부도를 회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안이나 정상화가 불투명한 부실기업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계속 지원하는 것은 부실채권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사회정의에도 어긋난다. 다음으로는 기업을 도산시켜 청산시키는 방안이다. 관련자가 책임지는 가장 근원적인 방안이나 경제사회적 충격이 특히 크다. 대량실업과 채권자의 반발, 관련 기업 및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 대외공신력의 실추로 인한 대외거래나 금융거래의 악영향 등이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살리면서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이다. 부실기업주에 대한 계속적인 금융지원을 하지않고 기업을 살릴 수 있으나 마땅한 인수자 선정이 어렵고 인수기업에 대한 특혜시비 등의 단점이 있다. 부실기업처리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이며 처리원칙은 어떠해야 할까. 먼저 부실기업정리에 대한 정부개입의 원칙과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는 가능한 한 시장경제원리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부실기업이 효율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회사정리법과 청산관련법 등의 개정, 담보물처분을 위한 자산유동화제도의 정착, 기업인수합병(M&A)의 활성화, 대손충당금의 손비인정 확대 등의 제도적 개선이 요망된다. 아울러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어떤 부실기업 정리방안도 장점과 동시에 상당한 부작용을 갖고 있다. 부실기업 정리방안은 장점과 단점, 즉 경제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동시에 비교(BC분석)해 이익극대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셋째, 부실기업정리에는 기업주 종업원 주주 채권자 거래기업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많고 서로 간에 이해가 엇갈리며 고통과 손실이 불가피하게 따르는 문제가 있다. 부실기업 정리는 기왕에 발생한 손실(Sunk Cost)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당사자간의 합리적인 이해조정과 타협이 필요하다. 그 손실은 원칙적으로 부실의 책임에 상응해 분담해야 한다. 정부도 정책실패의 책임이나 금융시스템의 안정 등 국민경제유지를 위해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넷째, 적절한 인수자의 선정이나 인수자에 대한 특혜시비 등의 문제가 있다.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경영능력과 재력을 지닌 인수자를 찾다보면 재벌이 인수하게 돼 경제력 집중문제가 생기고 능력 없는 인수자는 또다시 기업을 부실화시킬 우려가 있어 두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 따라서 인수자의 선정은 합리적인 조건하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부실기업 인수와 관련한 초과부채의 정리를 굳이 특혜라고 볼 수는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