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대폭락] "던지고 보자" 넋나간 투자자..폭락증시 객장

주가가 71.70포인트나 추락하는 사상 초유의 폭락사태를 보인 23일 객장에선"무조건 주식을 팔자"는 투매사태가 빚어졌고, 큰손인 기관들도 장세 향방을 가늠하지 못해 여기저기 귀동냥을 해대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금감위와 재경부 관계자들도 사태의 긴급성을 절감하면서도 이렇다할 만한 묘안을 내놓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은 채권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자금인출이 주가폭락사태를 몰고 왔으나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이 따를 것이므로 심리적인 공포감에 빠져들기 보다는 사태추이를 차분히 따지는 자세가 필요한 싯점이라고 조언했다. .후장들어 주가낙폭이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증권사 객장에는 "아무 가격에나 팔아달라"는 개인투자자들의 투매사태가 빚어졌다. H증권 목동지점 관계자는 "오전에는 사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투자자가 많았는데 지수 9백30선이 깨진 뒤부터는 무조건 팔아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다"며 "투자자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여의도지점 객장에 나온 김만형씨(57)는 "조정을 받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이 떨어질줄은 몰랐다"며 "다음주에는 올라갈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중소형주를 샀던 투자자들은 다소 안도하는 표정. 그동안 많이 올랐던 우량주들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앞으로 개인들이 선호하는 종목장세가 오지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주가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산을 떨었으나 뾰죽한 대책이 없어 속을 태웠다. 특히 금융시장불안의 핵심인 대우그룹처리와 관련, "더 이상 내놓을게 없다"며 이날 내내 금융시장이 안정되기만을 바라는 맥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아침부터 주가가 폭락하자 금감원에는 청와대 등 각계에서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오후들어선 일부 투신사에 대규모 수익증권환매가 발생했다는 보고로 더욱 어수선한 모습. 금감위와 금감원은 오후들어 수익증권환매대책을 마련하는라 법썩을 떨었지만 일단 두고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직원들은 "작년에는 더한 환매사태에 시달렸다"며 애써 자위하는 분위기. 금감위와 금감원은 수익증권환매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투자자들을 달래는게 급선무라는 판단아래 이헌재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으나 이 위원장도 "차분하게 기다려달라" "언론이 협조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 금감위 금감원간부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시장분위기와 수익증권환매규모를 보고 받고 구수회의를 계속. 한 관계자는 "가장 무서운 수익증권환매사태를 막기위해 일단 금융기관들에 환매자제를 요청했다"고만 설명했다. .증권사와 투신사의 임원들은 금리급등에 따라 하반기 영업전략을 다시 짜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 지금까지는 한자릿수 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공사채형 자금에 몰려 있는자금을 주식형으로 전환시키는데 주력했으나 이제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 투신사 임원은 "회사채 수익률이 만약 연12%까지 오른다면 만기돌아오는자금을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재유치하는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