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이버] e-코퍼레이션 : (해외에선) '펜옵'의 전자서명

지난 15일 미국 하원은 큰 일을 마무리지었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 관련 법안인 "2000년 대비와 책임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 다음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 법안에 서명, 발효시켰다. 이 법안은 Y2K 문제와 관련된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법이 시행됨으로써 언제 어떤 형태로 벌어질지 모르는 Y2K 관련 소송으로부터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법안에 서명한 뒤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무모한 소송들로 인해 법원과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또 다른 측면에서 IT업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바로 하원이 이 법안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내는 방식이 독특했던 것이다. 하원은 일반적으로 법안이 의결되면 의원들이 육필로 서명한 뒤 대통령에게 보내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의원들이 양복 주머니에 꽂아뒀던 고급 만연필을 드물게 써보는 것이 이 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의회 사상 처음으로 전자서명(electronic signature 또는 digital signature)을 사용한 것이다. 데니스 하스터트 미 하원의장과 스트롬 서몬드 하원 의원 등은 법률안이 떠 있는 컴퓨터 모니터 위에 "전자 펜"으로 각자의 이름을 써내려 갔다. 그리고 나선 하스터트 의장이 이 법안을 전자우편(e-mail)으로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를 놓고 세계 언론들은 "전자정부(e-government) 시대를 연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 의원들이 사용한 전자서명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미국 "펜옵(www.penop.com)"사다. 펜옵은 전자서명 분야의 선두주자다. 펜옵이 개발한 솔루션 "펜옵 시그너처 시리즈"는 인터넷이나 이동전화를 이용해 전자서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자펜을 이용해 서명을 하면 그 문서를 받은 사람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명이 진짜인지를 확인한다. 특정 사이트에 서명을 등록한 뒤 승인을 받는 식이다. 현재 전세계 30여개국의 수백개 기업과 정부기관이 이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98년 한해에만 이를 통해 9백70만건의 전자서명이 오갔다. 올해는 4천만건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서명은 진정한 종이없는 결재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구역내통신망(LAN)등을 통해 전자결재를 시도하고 있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도장이나 서명으로 결재해야 하는 경우 전자문서를 프린터로 다시 출력한 다음 결재한 뒤 종이로 된 문서를 보관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전자서명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펜옵의 최고경영자 하워드 쉐터는 "전자우편을 통한 통신과 인터넷을 이용한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전자서명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자서명은 기업과 정부는 물론 개인에게도 종이없는 업무 시대의 필수"라고 덧붙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