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21세기 통상환경 변화와 글로벌 경제협력' ] (중)

전세계가 우리나라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주시하고 있다.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 대사는 "경제가 회복돼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강화가 기업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스워스 대사는 한국이 무역.투자 및 금융 분야의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기업은 재무구조를 강화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21세기 통상환경 변화와 글로벌 경제협력" 대담시리즈(중)는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 대사를 초청, 우리 경제개혁 및 국제 통상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담은 전경련 배이동 상무가 맡았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지난 7월초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들려 주시지요. 보스워스 대사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양국 대통령이 가진 세번째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세번 모두 미국이 한국의 개혁 및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만남이었으며 북한의 도전에 대처하는 방식을 조율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11월 미국 시애틀에서는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예정입니다. 현재 미국은 WTO 협상의 효율성을 이유로 분야별 접근방식을 선호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미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보스워스 대사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어요. 현재 주요 교역 상대국들과 함께 차기 세계 라운드에 관한 접근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입니다. 우리는 다음 라운드가 특정 부문별 사안에 집중해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포괄적 접근방식을 배제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입니다. -중국이 WTO 각료회의 이전에 WTO에 가입할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요. 보스워스 대사 =안타깝게도 중국의 WTO 가입논의가 유고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 오폭 여파로 중단됐지요. 미국은 가능하면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길 원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같이 급성장하는 경제 대국이 국제 무역과 투자체제에 편입되는 것은 중국이나 세계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문제는 중국의 가입 조건입니다. 중국은 먼저 WTO 가입이후 무역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 있어서 국제관행과 기준을 완전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을 다른 회원국에 심어 줘야 합니다. -미국경제는 9년동안 조정기 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장미빛 전망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데 미국 경제가연착륙할 수 있을까요. 보스워스 대사 =미국경제는 아직도 매우 좋아 보입니다. 물가상승 조짐이 거의 없어요. 최근 소폭의 금리를 인상한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조치도 신중했다고 봅니다. 이 정도의 금리 인상이 경기확장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경기가 과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인 것 같습니다. -국제금융가에 엔화 강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엔가치를 억지로 묶어두고 있지만 연말까지 달러당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1백엔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스워스 대사 =매우 복잡한 문제인데요.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통화가치와 환율은 정책 수단으로 사용되어선 안되며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일본경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요. 최근들어 일본경제에 대한 신뢰도 어는 정도 회복된 듯 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회복이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에 너무 큰 부담이 됩니다. 일본이 내수진작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머스 장관 취임으로 루빈 장관 때와 금융과 통화 정책의 변화가 있으리라봅니까. 보스워스 대사 =큰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서머스와 루빈 장관은 4년간 동고동락했고 서머스 장관은 루빈과 기본적으로 같은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최근 몇년간 미국의 대외무역적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도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시킨 한 요인이된 측면도 있지요. 미국이 내년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교역대상국에 통상압력을 강화할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스워스 대사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규모는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의 무역흑자는 정책 조정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수입이 줄어든데 따른 현상입니다. 99년도 상반기에 한국의 대미 수입규모가 늘었지만 97년도와 비교해 볼 때아직도 20%나 감소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의 대미수입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미국이 한국에 대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99년 상반기 대미 철강 수출은 30% 감소하였는데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국내경기 회복이었습니다. 한국 경기가 진작되면 철강 수출은 계속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요. 한국시장은 많이 개방됐지만 제약산업 등 우려되는 분야도 없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미국 제약업체들은 큰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신제품 등록, 판매 접근성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하였습니다. 특히 외국인투자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요. 최근 한국의 외국인투자 여건변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아울러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기업이 느끼는 경영애로는 무엇이라 할 수 있습니까. 보스워스 대사 =지난 1년반동안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었습니다. 그 결과 상당규모의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제 외국인투자가 한국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에 공감하리라 믿습니다. 한국은 저축만으로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을 충당할 수 없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훨씬 건전한 형태의 자본이며 불안정성이 적고 상황변화에 따라 금방 빠져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동기는 무엇이며 또한 어떠한 분야에대해 주로 관심을 두고 있는지요. 보스워스 대사 =미국 기업들은 한국의 장기 경제전망이 매우 좋다는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그간 통신분야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있었고 몇몇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지요. 또한 한라제지공장에 대한 보워터사의 투자 등 상대적으로 중간수준의 기술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합니다. 미국기업들은 합리적으로 가격이 매겨진 자산에 투자하기를 희망하며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자산을 창출하고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은행부문에도 많은 관심이 있지요. 은행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한국의 은행부문 선진화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외국은행들의 참여는 국내은행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있습니다. -최근 한국정부는 미국기업의 대한투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있도록한미간 투자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이프가드 조항, 스크린쿼터 등 일부조항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양국간에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투자협정의 실효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보스워스 대사 =그간 한미투자협정에 많은 진척이 있었으며 머지 않아 성공적인 타결을 낙관합니다. 미국 기업들은 이 협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법과 규제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에 대해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협정은 한국내 미국기업을 포함하여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한국의 개혁이계속될 것이란 확신을 준다는 면에서 한국에도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OECD 회원국간 다자간 투자협정(MAI)을 체결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협정의 실패가 한미 투자협정에 악영향을 초래하지는 않겠는지요. 보스워스 대사 =오히려 다자간 투자협정이 진척되지 않기 때문에 한미 양국으로서는 한미투자협정이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죠. -최근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양국간에 추진되고 있는 한미투자협정이궁극적으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으로 가는 전단계로 이해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보스워스 대사 =무역 자유화 조치라면 뭐든 환영합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한미투자협정에 먼저 집중하고 그 다음에는 WTO 라운드에 집중해야 합니다. 미국으로서는 향후 3~4년간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유무역협정 문제가 크게 부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은데 한국의 경제개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보스워스 대사 =개혁은 세가지 분야에서 이뤄졌습니다. 첫째 무역과 투자자유화인데요,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아직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IMF와 한 약속과 여기에 더해 "IMF 플러스 패키지"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제한을 완화하거나 없앤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둘째,금융부문의 개혁과 체질강화을 위한 노력도 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지금과 같이 세계화된 경제체제에서는 신기술과 신산업, 서비스에 자본을 제공하기 위해 탄탄한 금융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외국은행의 한국진출은 국내 은행권의 문화를 바꾸고 세계수준으로 도약할발판을 제공할 것입니다. 기업 구조조정 면에서도 좋은 출발을 했다고 봅니다. 기업 구조조정은 6~64대 대기업에서 상당 수준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업들은 채권 은행단과 세계은행의 지원으로 재무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5대 대기업그룹의 경우는 구조조정의 속도와 성과에 다소 차이가 있어 하나로 묶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기업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한국 기업은 자본시장의 변화나 투자조달 방식의 변화를 고려할 때 재무구조를 강화하지 않는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은행은 앞으로 핵심적인 자본 공급자역할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 [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 약력 ] 다트머스대 문학부 졸업 조지워싱턴대 경제 대학원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미주담당 수석부차관보 경제담당 부차관보 연료 및 에너지국장 주튀니지 대사 주필리핀 대사 콜롬비아대 부교수 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KEDO) 사무총장 주한대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