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보다 현실성 있는 국토계획을

국토연구원이 오는 21세기 국토관리의 밑그림인 제4차 국토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구체화시킬 한반도 전체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 계획안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과거 세차례의 국토개발계획처럼 이번에도 실행이 따르지 않는 "계획을 위한 계획"에 그치기 쉽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계획이 최종 확정되는 올연말까지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국토계획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 여럿 있다. 우선 개발에 치중했던 과거에 비해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계획이름에서 "개발"을 뺀 것도 그렇고, "선계획 후개발" 원칙을 국토관리의대원칙으로 제시한 점과 이른바 "수변역 관리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접근방법도 과거의 수도권 집중억제보다 지방을 적극 육성하는 쪽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내용과 지원조건 등에 대해 협약을 체결하는 지역개발투자 협약제도를 도입할계획이다. 지방육성도 지식산업단지 조성,자유항지역 지정 등 지역특색에 맞는 방법을 동원하고, 더나아가 한반도를 동북아시아 경제권의 물류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토를 고속.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해 이른바 "디지털화"한다는 계획도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며, 토지소유권과 개발권 분리를 장기과제로 제시한 것도 의욕은 높이살만 하다. 문제는 이같은 청사진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는 것이다. 당장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물류시설 등 SOC 건설 및 운영.유지에만 3백78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한데 재원조달 방안은 막연하기만 하다. 지방재정이 취약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짊어질 부채만 올연말까지 1백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마당에 재원조달이 어렵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계획도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이기주의 또는 전시성.선심성 행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점도 큰 문제다. 그동안에도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지방공단 조성 등 사업을 벌여놓기만 하고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않거나 활용도가 낮아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지방재정에 부담을 준 일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계획에도 지역마다 거점 항만이나 공항건설과 같은 투자계획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채 나열돼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비판을 감안해 국토계획을 보다 현실성 있게 고쳐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