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20세기를 이끈 경제학자들) 미제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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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트비히 미제스 ] 미제스의 위대한 공로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회주의 경제계산의 불가능성과 사회주의 경제의 실패가능성을 논증한 업적이다. 그는 1920년대 초 유럽 사회주의자들과의 사회주의 논쟁에 체계적으로 불을 당긴 최초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논쟁은 거듭됐지만 미제스가 이 논쟁에서 승리했다는 판정은 없었다. 오히려 사회주의자들은 경제계산이 사회주의에서도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명령경제가 운영될 수 있다는 믿음에 지배됐다. 이런 믿음은 1989년 동유럽국가의 붕괴 직전까지도 지속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계의 수많은 유명한 지식인들마저 사회주의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예컨대 사뮤엘슨은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되기 바로 직전 이렇게 말했다. 많은 비관적인 사람들이 일찍이 믿었던 바와는 달리 사회주의 명령경제는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 소련경제라고. 그러나 동유럽의 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미제스의 비판은 결국 옳은 것으로 판명됐다.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미제스의 비판의 초점은 두가지이다. 첫번째 초점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허용되지 않은 사회주의에서는 손익계산 비용계산 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가격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수단들이 자유로이 거래되는 시장이 필요하고 이것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권을 전제로 한다. 시장에서 자유로이 형성된 시장가격으로 비용계산 손익계산을 할 경우에만이희소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국가가 정한 가격을 기초로 한 기업의 비용계산 손실계산은 계획된 혼란을 야기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정한 가격은 자의적이고 자원의 희소성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미제스의 두번째 초점은 인센티브 문제이다. 기업들이 혁신과 비용 절감 또는 위험부담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다. 이것도 역시 사적 소유권의 부재에 기인한다. 이윤을 추구할 동기가 상실돼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거대한 국영기업이 비효율성과 끊임없는 손실을 초래한 이유가 바로 경제계산의 불가능성과 인센티브 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 이 두가지 요인이 생겨난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권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미제스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소유권이론적, 다시 말해 제도적 관점에서 사회주의의 실패요인을 규명했다. 따라서 그의 이론적 사고는 오늘날 재산권 경제학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대해 미제스가 지적한 경제계산의 문제는 순수한 사회주의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도 타당하다. 사적소유를 위태롭게 하는 모든 국가의 간섭은 인플레를 야기하거나 시장과정의 흐름을 차단한다. 그 결과 가격을 왜곡시키고 결국 수많은 자율적인 인간들의 마찰없는 행동 조정이 불가능해진다. 미제스는 매우 복잡한 경제과정은 자유로운 시장의 가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시장가격은 복잡한 분업적 경제가 요구하는 하나의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